많은 사람들이 영생을 꿈꾸고 내세를 믿는다.
그런 믿음의 바탕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런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는 게 종교의 비즈니스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해서 사실 종교의 그런 부분에 어느 정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을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잃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세 혹은 지금 이곳과는 다르지만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이 있음을 믿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사람들의 그런 소망으로 만든 또 다른 세상 즉 사후에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소재로 다루고 있다.
이른바 욘더...
죽은 사람들이 가는 또 다른 세계이자 천국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가족력이 있었던 아내 이후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남자 홀
그런 그에게 한 통의 홀로그램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 메시지에서는 죽은 아내가 자신을 만나러 와달라며 주소를 알려준다.
그곳은 바이앤바이라는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난 뒤 그들이 남긴 사진이나 기록 같은 걸 보관하는 곳으로 아내 역시 죽기 전 자신의 사후에 홀에게 도움이 필요하리라 예상해서 자신의 기억이나 모습 같은 기록을 기억장치를 이용해 저장해놨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내는 마치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의 그녀였지만 죽음 이후에 그녀의 예전 기록이나 기억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그녀는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홀은 이런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주변에서 하나둘씩 의심스러운 자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그들 모두에게서 하나의 공통점 즉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브로핀 헬멧을 사용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홀은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관이 되어있으며 그들의 죽음에 바이앤바이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야기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스토리가 이렇게 풀려갈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없었다.
단지 사랑하는 아내를 못 잊어 괴로워하는 남자가 아내가 죽기 전에 남긴 장치를 통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모습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는 지고지순한 러브스토리라고 짐작했던 내 생각은 이때부터 완전히 방향을 틀어 조용하면서 왠지 섬뜩하게 느껴지는 스릴러 장르같이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못 잊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과의 추억이나 기억을 토대로 가상공간 속에서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를 재생한다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서로 많은 대화와 접촉을 통해 마치 오래전 다마구치라는 게임 속 아이템처럼 점점 더 원래의 모습으로 데이터가 채워져 나중에는 서로 감정의 교류까지 가능해진다는 게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여기에다 사방에서 연달아 자살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결국 그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마냥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진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 혹은 어떤 단체에서 뜻한 바가 있어 사람들을 교모하게 계획적으로 몰고 간 결과였다는 게 더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책 속의 홀이 아내를 보며 느꼈던 이질감... 과연 욘더에 살고 있는 그녀가 그의 아내 이후가 맞는 걸까
겉모습이 똑같고 평소의 습관이나 기억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온전한 그녀인 걸까?
천국 같은 곳에서 잃어버렸던 연인인 아내와 함께 하면서도 꾸준히 의문을 갖는 그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아름다운 드라마라기 보다 음모가 있는 스릴러에 좀 더 가깝게 느껴졌고 그와 이후의 선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드라마로는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해지기는 한데 아마도 나처럼 스릴러 장르로 풀지 않았으리라 짐작만 해본다.
색다른 소재가 신선해서 좋았고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