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그린
마리 베네딕트.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 지음, 김지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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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진 게 불과 100여 년에 불과하다는 게 가끔씩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물론 지금도 온전히 남녀평등이 이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들이 목소릴 낼 수 있고 비록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힘들지만 그래도 능력에 따라 회사의 임원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에게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 생각되는 미국만 해도 세계대전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여자에게는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법적으로 불법이 아닌 세상에서 흑인 여성이 평범한 직장이 아닌... 누구나 선망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었고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서 유명해진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벨 그린이었다.

사실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마치 예전에 부모님들이 억지로 읽기를 강권하셨던 위인전을 읽는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적으로 본받을만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건 그녀가 성취해낸 게 물론 뛰어나긴 했지만 그 당시 인종차별이 극심해 백인 남자들의 전유물이다시피한 큐레이터를 흑인 여성으로 어떻게 그런 눈부신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했다.

벨은 흑인 여성으로 당대 최고의 개인 소유의 도서관인 JP 모건의 개인사서로 취직하게 된다.

물론 그녀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흑인이면서 겉보기엔 백인과 비슷할 정도의 흰 피부를 가졌었다는 게 한몫하기도 하고 벨의 엄마와 공모해 자신들을 백인이라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결과로 서로 사랑하고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했던 벨의 아빠와 엄마는 의견 대립 끝에 헤어지는 아픈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런 노력 덕분에 벨은 당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큐레이터의 세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고 피나는 노력 끝에 마침내 모두에게 인정받는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벨과 엄마의 선택이 모두에게 환영받았던 건 아니다.

일단 아빠와도 의견 대립을 보였지만 가족들에게조차 자신들의 핏줄을 거부한 배신자로 낙인찍혀 어디서도 환영받을 수 없었고 늘 누군가가 자신의 거짓말을 꿰뚫어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평생을 불안 속에 살아야 했던 벨은 심지어는 사랑했던 유일한 남자에게조차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었지만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넓은 아파트에서 살며 원하는 대로 꿈을 이룰 수 있게 한 발판이 되었다는 것에 만족했고 당대 최고의 큐레이터로서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모든 꿈을 이뤘다.

책 속에는 그녀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원하던 물건을 낙찰받을 수 있었는지... 여자라고 은근히 무시하고 깔보던 남자들의 눈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단숨에 낚아채 그 작품을 원하던 남자들을 닭 쫓던 개로 만들었던 일화를 보면서 그런 에피소드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루고 당당히 제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벨의 이야기는 거짓말 같은 실화여서 더 흥미로웠다.

아마도 소설 속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면 오히려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해 너무 힘을 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숙녀는 신사의 곁에서 얌전하게 있는 걸 미덕으로 알던 시기에 여자의 몸으로 그것도 인종차별의 위험을 넘어 대담하게 그들의 눈앞에서 백인인 척 위장하고 원하는 걸 쟁취해간 벨 그린은 비록 동시대에 살았던 아빠와 친척을 비롯한 다른 흑인들의 동의는 못 얻었을지는 몰라도 당당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간 용감한 여성임에는 틀림없다.

벨그린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흥미있게 그려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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