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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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도 그런 글이 있지만 지구상에 수많은 사람을 성염색체 단 2가지 유형으로 즉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건 과연 맞는 걸까

솔직히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명제 앞에 머리가 띵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2가지 성염색체에 의해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온 건 아닐까

그 둘 사이에 또 다른 유형이 있을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주장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그런 가능성조차 염두에 두지 않는 건 잘못된 오류라고 생각한다.

그걸 오류로 인정한다면 지구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 외사랑 역시 그런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때 다른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는 게이고의 초기작 중 하나로 오래전 읽었을 때도 엄청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는데 다시 읽어봐도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해마다 11월 세 번째 금요일이면 대학 때 같은 팀으로 활동했던 미식축구부원들이 모이는 날이다.

쿼터 백이었던 데쓰로와 친구들이 술자리 모임을 파하고 돌아갈 즈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당시의 매니저 히우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폭탄 발언을 듣게 된다. 자신은 언제나 여자인 겉모습과 달리 내면은 남자였다는 고백

목소리부터 모든 것이 남자로 변한 히우라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히우라는 자신의 현재 쫓기는 중이며 누군가를 살해했음을 고백하면서 마지막으로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

히우라가 자수하게 되면 이제까지 그녀가 남자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건 물론이고 사람들의 호기심에 노출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남녀를 떠나 자신들의 친구가 그런 형편이 되는 걸 두고 보지 못한 데쓰로와 아내 리사코는 히우라의 자수를 막고 히우라를 돕기로 결심하지만 친구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었던 히우라는 잠적한다.

그런 히우라를 찾기 위해 행적을 조사하면서 이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 즉 그런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닐뿐 더러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비록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지만 완벽한 남자 혹은 여자로 바꿔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런 추적을 데쓰로만이 아닌 경찰 역시 하고 있어 어느새 모두가 그들을 쫓는 중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문제까지 드러날 처지가 되면서 자칫하면 그들이 공들여 쌓은 네트워크가 붕괴되고 말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히우라는 모습을 드러내 데쓰로에게 그만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미 많은 것이 드러난 상태일 뿐 만 아니라 또 다른 친구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면서 일대 반전을 맞는다.

사실 처음 시작은 모두가 여자로 알고 있던 친구가 남자가 되어 모두에게 나타난다는 소재에 그저 흥미를 가졌을 뿐인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제까지 거기에 대해선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이 겪는 고통이 그토록 깊은지에 대해 자각하지 못했었고 요즘은 젠더 문제에 있어 예전보다 훨씬 더 열린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고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오픈된 상태라 이 문제에 있어 어느 정도 해결점은 찾지 않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쓴 게 1990년대지만 자신이 가진 정체성과 다른 육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왜 사람을 남녀로만 구분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함을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남녀가 아닌 어떤 성을 가졌던 어떤 모습을 하던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걸로 구분 짓지 말고 인간으로 대하면 되지 않나 하는...

다소 어둡고 복잡하고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와 여기에 소설적 재미를 넣고 미스터리 형식을 빌려 사람들로 하여금 재밌게 읽으면서 그 문제를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다.

역시 개인적으론 작가의 요즘 작품보다 예전 작품이 더 좋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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