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퀘스트
기타야마 치히로 지음, 이소담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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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생각보다 더 성숙하고 생각보다 더 통찰력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영원히 아이의 순수한 감성 그대로를 간직한 채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성큼 성장하고 자라있는 모습이 대견하다가도 때론 아쉽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 서머 퀘스트에 나오는 어른들이 소년 히로키에게 하는 거짓말에는 그런 의미가 숨어있음을 알고 있기에 히로키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을 한 어른들의 결정 역시 십분 이해가 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자식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탓이 아닐까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히로키는 아빠의 얼굴조차 모르고 자랐다.

게다가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 말하는 아빠의 죽음에는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히로키는 늘 아빠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으면서도 엄마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못한다.

엄마가 슬퍼하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히로키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로키의 궁금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아빠의 죽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왜 아빠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지...

한 살 한 살 자라면서 아빠와 웃는 눈매가 닮았다는 걸 말고 아빠에 대해 알고 싶어지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물어볼 수 없다

그러다 이모, 이모부라 불리는 엄마, 아빠의 동창생 부부의 집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카메라를 몰래 현상해서 그날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히로키는 엄마 몰래 아빠의 흔적을 쫓아 10년 전 사고 현장이었던 곳으로 혼자 길을 찾아간다.

초등학생 히로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마치 히로키의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때론 아이처럼 발랄하면서도 유쾌하지만 때론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고민도 털어놓고 자신만의 감상을 적어 놓은 게 너무 친근감이 있게 다가온다.

지금 현재 히로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빠에 대해 알고 싶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고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라타가 자신과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 서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라타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싫으면서도 그런 말을 해서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히로키는 엄마에게 아빠에 관해 묻지 않을 정도로 또래에 비해 감수성도 좋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더 이 아이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빠의 죽음에 대한 비밀 외에는 여느 또래 친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히로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감정을 과잉해서 묘사하거나 아빠의 부재라는 걸 지나치게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서 오히려 더 히로키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또한 남들은 모르지만 부모의 갈등에 자신들의 진학이 도구가 되는 걸 알고 있는 아라타의 선택 또한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이 휠씬 더 성숙함을 보여주는 예다.

그저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이들이란 존재는 늘 이렇게 주변 어른들을 놀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

아빠의 흔적을 쫓는 여행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히로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읽고 난 후의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가독성도 좋고 전체적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덤덤한 필체가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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