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한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을 때 신들이 하는 작태가 참으로 가당치 않아서 이런 신이라면 믿고 싶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도대체 신이라는 사람들이 권위도 없고 감정 기복은 죽 끓듯 하는 데다 자기감정에만 너무 충실해서 자신들 눈에 띈 사람들 꽁무니를 쫓기 바쁘다. 게다가 엄청난 외모지상주의까지...

그래놓고는 자신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죽여버리고 또 자신의 마음을 받아줬다 해도 자식을 낳고는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신으로서의 권위가 서고 대우를 바랄 수 있을까

참으로 난잡하기 그지없구나 하고 어처구니없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신화가 사랑받는 건 신들이 가진 무한한 능력과 힘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런 절대자인 신과 인간이 한데 섞여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욕망과 질투, 애욕을 비롯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로 너무 재밌게 풀어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 어둠의 손길은 그중에서도 저승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하데스와 그의 연인인 페르세포네와의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그중에서도 로맨스 부분을 좀 더 에로틱하게 묘사한 에로틱 로맨스 판타지다.

한때 동화를 재해석한 여러 버전이 봇물처럼 유행했던 때가 있는 데 그것의 어른 버전이라고 보면 될 듯

봄의 여신 이자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존재를 숨기다시피한 채 자랐고 이제 인간들과 어울려 대학생활을 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들조차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데 이는 엄마인 데메테르가 그녀를 온실에 가두다시피 한 채 과보호하며 키운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으로서 별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와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

페르세포네는 특히 하데스라면 치를 떨면서 그와 절대로 마주치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릴 듣고 자라 오히려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했고 마침 그의 소유인 클럽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곳으로 가 마침내 소문의 그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전율했고 한순간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엄마인 데메테르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와 계약을 맺고 저승과 현실 세계를 왕래하면서 그와의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

신화를 바탕으로 했고 무대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것만 다를 뿐 여느 로맨스 소설과 다를 바 없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던 남녀가 처음 만나 서로에게 빠지지만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외면하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어 결국은 서로 함께 하고자 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출현 즉 악조의 등장 역시 여느 로맨스의 공식과 다르지 않다.

단지 그렇게 사랑에 빠진 대상이 사람이 아닌 신이라는 점만 다를 뿐...

그리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소설답게 좀 더 에로틱한 묘사가 많다는 점 역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데메테르로 인해 오히려 스스로 성장해 자신의 힘을 깨칠 기회를 잃었다는 걸 깨달은 페르세포네가 스스로 여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을지... 아마도 2편에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신화를 재해석했다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단순하게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좀 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겁지않아서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