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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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소 어렵지만 같은 시간대 다른 공간에서 지금의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존재가 있다는 이론이 실제로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이론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사람들 마음속에는 분명 이런 상상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고 한때 엄청 유행했던 예능에 그래 결심했어!! 하는 말로 자신이 안 가본 길을 가본다는 설정이 그런 상상력을 근거로 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안 가본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선택의 순간에 지금 자신이 한 선택과 다른 길을 선택해서 동시간대에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은 아마도 그런 인간의 후회하는 속성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 30일의 밤은 어쩌면 이런 사람들의 상상을 좀 더 구체화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내와 십 대의 아들을 둔 평범한 교수인 제이슨은 친구의 수상을 축하해 주러 술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 채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는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낯선 곳 낯선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수많은 질문을 받지만 자신은 그 사람들을 모른다.

문제는 그 사람들은 자신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이 자신임이 분명한데도 뭔지 모를 위험을 감지한 제이슨은 그들을 피해 달아나 자신의 집을 찾아가지만 몇 시간 전까지 자신의 집이었던 집은 자신이 알던 집도 아니고 모든 것이 바뀌어있었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이 있었던 흔적조차 없는 게 아닌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다르고 알고 있다 생각한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 지금 제이슨은 혼란에 빠지면서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에 확신이 점점 사라진다.

그렇다면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 이를 증명해 줄 아내를 찾아 나서지만 그녀 역시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를 뒤쫓는 무리들은 그가 자신들이 믿고 기다렸던 그 제이슨이 아님을 서서히 눈치채고 그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제이슨은 그가 처음 발견되었던 그곳... 이제까지 들어가서 그 외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던 그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안은 역시 생각했던 곳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제이슨이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나 없나의 기로에서 아내를 선택함으로써 성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 다른 우주의 또 다른 제이슨은 가정 대신 직업적 성공을 선택했고 그때 그 걸 선택한 사람이 오랜 세월이 지나 자신이 안 가본 길을 가고 싶어 다른 우주의 또 다른 자신과 맞바꾸는 선택을 한다는...

복잡한 듯 하지만 결국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지금의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삶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걸 실현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평범한 삶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낯선 곳에 떨어진 제이슨이 겪어야 했던 불안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기억에 대한 확신마저 사라지고 누구에게 말해도 믿기 힘든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서 언젠가 비슷한 이야기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작가가 웨이워드 시리즈의 바로 그 작가였다니...

그 시리즈를 보면서 분위기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만으로 엄청난 긴박감과 몰입감을 느꼈었는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자신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무엇보다 섬뜩한 건 그들 역시 자신이 진짜라고 생각한다는 점... 사실 그들 역시 가짜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우주의 동시간대 다른 공간에서 분명 그들 역시 제이슨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그 들 모두 제이슨이 분명하기에 같은 습관과 같은 사고를 한다는 건데 그런 그들로부터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필사의 노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소재도 흥미롭고 전개 방식도 그렇고 무엇보다 결말까지 평범하지 않은...

만약 평범한 결말이었다면 어쩌면 좀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단숨에 몰입해서 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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