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누군가 있다

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내가 사는 집에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살고 있다?

전 세계적 흥행을 한 영화 기생충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 미지의 누군가가 전처였고 그렇다면 영화 기생충보다 고전 제인 에어가 연상되는 데 책 소개를 보면 역시 제인 에어에서 모티브를 따왔단다.

이외에도 제인 에어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또 있는 데 새로 온 여자가 가족이 없이 혈혈단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새로 온 여자를 녹록지 않은 성격을 지녔으며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출세 욕구가 강한 여자로 표현함으로써 이 집이 간직한 비밀에 짓눌리지 않도록 만들었고 그 점이 이 책을 평범한 아류작이 아닌 매력적인 스릴러 소설로 만들었다.

고급 주택가에서 부자들의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일로 자신의 밥벌이를 하는 여자 제인

그녀는 자신에게 개를 맡기는 사람들에게서 하나둘씩 갖고 싶은 액세서리나 보석을 훔쳐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그 남자의 이름은 에디

누가 봐도 잘생겼고 매력 넘치는 에디는 무엇보다 부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평범한 외모의 자신에게 관심을 표하자 제인은 그를 사로잡을 계획을 짜고 그녀의 계획대로 두 사람은 이내 동거에 들어간다.

알고 보니 에디는 아내와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의 아내였던 베는 스스로 기업을 만들어 부를 이룬 백만장자이자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죽음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은 게 남편인 에디였고 그런 아내를 잃은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누구나 그렇듯 베의 죽음에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데 하필이면 그녀의 죽음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다.

이런 의심을 강조하듯 죽은 줄 알았던 베의 수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에디에 의해 감금당한 상태임을 밝히고 놀랍게도 같은 날 그녀와 함께 있다 사고사 당 한 걸로 추정되는 오랜 친구 역시 에디가 살해했음을 밝히며 사건의 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휴가를 간 곳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 한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결혼 역시 에디가 베의 배경 즉 백만장자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 결과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급전환을 한다.

하지만 아내의 돈을 보고 접근하고 아내의 친구를 그녀의 눈앞에서 잔혹하게 살해할 정도로 냉혹한 그가 자신의 범죄를 증명할 증거가 될 그녀는 왜 죽이지 않고 살려뒀을까 하는 의문이 읽는 내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부부의 범상치 않은 행태와 여기에 자신도 모르는 새 깊이 발을 들인 제인의 횡보에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몰라 궁금증을 더해간다.

만만치 않은 성격의 제인 역시 그녀가 꾸민 집에서 그녀의 것이었던 걸로 생활했지만 베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의문사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에디에게 의혹을 느끼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친절하고 매력 넘치던 에디가 간간이 보이는 낯선 모습 역시 제인으로 하여금 경계수위를 높이게 하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 사랑하지 않음을 깨달은 두 사람에게 순식간에 파멸이 찾아오는 데 그 과정이 마치 휘몰아치듯이 들이닥친다.

처음부터 대놓고 백마 탄 왕자님인 에디의 정체를 밝히고 의문사의 진실 역시 드러내놓는 승부수를 던지며 시작하는 기척은 뒤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서 단숨에 결말까지 읽어내려가게 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결말까지...

별생각 없이 읽었다 단순에 매료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