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미하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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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법 소장하고 있는 츠지무라 미즈키... 그녀가 처음 호러 장편소설을 썼다는 것부터 일단 호기심을 불러온다.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묘사하는 작가가 그린 호러란 어떨까

소재는 뭘까

호러라고 하면 우선 떠올리는 괴담이나 초현실적인 거? 아니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살인마의 살인 행각?

하지만 작가는 이런 내 예상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우리 주위의 일상에서 늘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그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극대화한 게 사뭇 공포스러웠다.

무서운 악몽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두렵게 하지만 현실을 무너뜨릴 수 없는 귀신보다 현실에서 나와 매일 마주 보는 평범한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일단 시작은 늘 그렇듯 낯선 전학생이 혹은 낯선 누군가가 내 일상으로 새롭게 들어오면서부터다.

평범했던 일상은 낯선 이방인의 존재에 의해 알게 모르게 흐트러지기 시작하지만 그 변화를 눈치채기엔 너무 교묘하고 은밀하다.

그래서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고 이상하다 생각될 즈음은 벌써 낯선 이방인이 주위의 모든 걸 장악하고 난 뒤...

게다가 그 사람에게 힘을 보태는 건 내가 매일 보는 사람이거나 친구 심지어는 가족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로 사방이 포위되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그들은 그렇게 평범한 얼굴로 내 주위로 다가와 하나둘씩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생각을... 가치관을 들이밀며 받아들이길 강요하고 끝내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 눈치채지도 알지도 못한다.

그렇게 서서히 오염되었다. 모두가 야미하라에게...

첫 장에서는 평범한 사립 고등학교에 낯선 전학생이 오면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한 소녀에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거리낌 없이 사적 영역까지 침범해오다 그 여학생에게 집으로 찾아가도 되는지를 묻는 모습은 누가 봐도 공포스럽다.

여학생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꺼린다는 걸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밀어붙이는 걸로 모자라 여학생이 마음속으로 흠모하던 한 학년 위 선배와 가까워지는 걸 두고 협박성 발언까지 거침없이 내뱉는다.

창백한 얼굴에 마른 몸매 어딘지 멍한 듯한 눈에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는 듯한 그의 이름은 시라이시

뾰족뾰족한 이빨에 고르지 않은 치열... 결정적으로 미소라고 짓는 게 아주 사악하게 느껴진다.

누가 봐도 섬뜩한 인상에 하는 짓까지 이 모양이니 여학생이 겁을 먹고 두려워할 만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어둠을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세뇌시키는 야미하라들을 물리치는 사람 즉 또 다른 의미의 야미하라였다는 게 키포인트!!

이렇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새롭게 리모델링된 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아파트 단지에 연쇄적으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그곳에 이사 온 여자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인 학부모들 모임에서 이질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두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지켜보는 위치에 있다 어느샌가 그 들 속에 들어가 자신도 모르는 새 감염당한 채 두려움에 쫓기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이를 키우고 학부모회 같은 모임 비슷한 걸 해 본 적이 있다면 이런 분위기가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그야말로 아이라는 공통적인 매개체만 없으면 서로 마주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기와 질투가 넘치고 사람들끼리 은근히 편을 갈라 서로 흉을 보기도 하는 등 피곤한 일의 연속이다.

그런 점을 작가는 캐치해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악의로 물들여가는 야미하라로 인해 공포스럽게 변해가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웃에서 사람들의 악의가 빚어내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데 그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러웠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화자 역시 달라서 단편처럼 느껴지지만 마지막에는 그 이야기들을 한 데 묶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반전을 보여주는 야미하라

역시 호러 소설도 츠지무라 미즈키다운...그녀만의 느낌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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