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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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서운 게 많다.

우리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온갖 종류의 짐승들이며 괴물들, 인간이 아닌 존재인 뱀파이어, 늑대 인간 그리고 이제는 좀비까지...

물론 이런 존재들도 충분히 무섭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공포감을 느끼는 존재는 아마도 미확인 존재...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만큼 두려움을 불러오는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 데볼루션은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가장 공포를 느끼는지를 제대로 알고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그런 내 짐작이 맞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월드 워 Z라는 좀비물로 유명한 작품을 쓴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충분히 분위기만으로도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에다 어디에도 피할 수 없는 일종의 밀실 상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극강의 공포를 끌어왔다,

레이니어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 도시를 비롯해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눈앞에 시급한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때 화산 주위를 조사하던 중 피투성이 잔해만 남은 곳에서 한 여자의 일기가 발견된다.

그곳은 친환경 공동체인 그린루프였고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었다.

화산이 폭발한 뒤 사람들이 떠난 것인 줄 알았지만 발견된 일기에는 끔찍한 진실이 숨어있었다.

그린루프는 레이니어 화산이 폭발한 후 도시로 가는 길이 끊겨 오갈 데 없이 갇힌 신세였고 통신마저 끊겨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랑하는 최첨단 통신이며 장비들이 무용지물이 된 상태였고 그런 그들을 노린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부터 그 존재를 눈치채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부턴가 그들의 사는 곳으로 사슴이며 토끼가 들어오는 일이 잦더니 어느 날은 푸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격하려 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누구도 이런 사태를 보고 위기감을 느끼기는커녕 푸마를 무기로 공격해 아이를 구한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낸다.

케이트는 하이킹을 하고 오다 마주친 낯선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이 본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스스로도 자신이 본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들에게 식량 제한을 권하고 텃밭 가꾸기를 비롯해 이런저런 제안을 해온 모스타르의 말을 따라 무기를 만들고 차근차근 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낸 그것들...

퇴비 통을 뒤지고 뒷마당을 어슬렁거리는 그것들은 어느새 조금씩 공동체의 영역을 침범하며 대범해져 가지만 사람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 자신들 속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마어마한 덩치와 그 덩치에서 나오는 괴력으로 단숨에 사람들을 제압하기 시작한 그것들과의 전쟁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개체들 간의 영역 다툼이었다.

낯선 괴생명체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가며 사람들에게 접근해오는 그것들과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현실을 부정하기 바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과의 싸움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도저히 겨룰 수 없는 힘의 차이는 공동체 사람들의 학살로 이어지고 일방적인 이 전투가 그것들의 승리로 끝나갈 때쯤 드디어 사람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이룩한 기술의 발전이나 문명이란 게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볼루션은 케이트의 일기를 통해 그곳 공동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니 처음부터 확 몰입한다기 보다 서서히 달궈지다 인간 대 그것들과의 목숨을 건 전투에서 긴박감이 최절정에 달한다.

특히 사람들을 공격한 그것의 존재를 단순히 괴수나 괴물이 아닌 우리도 익히 아는 전설 속의 거인인 빅풋 혹은 사스 콰치라 불리는 존재를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략을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힘만 세고 난폭한 종이 아닌 인간과 유사한 종인 유인원의 등장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고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 있는데 여기에 인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괴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운명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 대부분인 공동체에 전쟁을 치러본 적이 있는 모스타르라는 치트키를 넣어둠으로써 이 싸움의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도록 만들었고 둘 사이의 전쟁을 빅풋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닌 둘 사이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쟁으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공포스럽다기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영상으로 보면 더 좋을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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