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밤 여행자 1~2 - 전2권
자오시즈 지음, 이현아 옮김 / 달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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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낯선 시대로 떨어진다면...?

판타지 소설을 즐겨보는 사람에게 타임 슬립 타임 워프 같은 소재는 이제 너무 흔하디흔한 설정이라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현대에서 불만족스럽게 살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지금보다 훨씬 더 과거로 간 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란 대체로 문명화되고 기계화되어 모든 것에서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그 시대의 사람들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선 몇 점 아니 수십 점 앞서서 게임을 시작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마치 전능하다 싶을 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이런 설정 즉 모든 걸 알고 미리 대비해 엄청난 능력자처럼 보이는 게 흥미롭고 신기했지만 몇 편의 성공 후 너도나도 이런 설정을 빌려와 비슷한 스토리가 봇물처럼 나오다 보니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비슷한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 밤 여행자 역시 한 사람은 1937년에서 느닷없이 2015년의 상하이로 오고 다른 사람은 반대로 2015년의 현대에서 전쟁이 발발한 1937년의 상하이로 타임 슬립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밤 10시면 어디에 있든 2015년으로 오고 새벽 6시면 다시 1937년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설정을 둔 이유나 왜 그렇게 되는지 타임슬립의 원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두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역시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열심히 상황을 맞춰갈 뿐이었다.

그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와 깜빡이는 현관의 등을 갈았을 뿐인데... 정신 차려 보니 같은 집이지만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는 성칭랑

같은 날 법의관으로 사건 현장을 조사하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온 쭝잉은 집에서 낯선 사람의 향기를 느낀다.

그렇게 1937년을 살아가던 변호사 성칭랑과 2015년을 사는 법의관 쭝잉이 상하이 699번지의 집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밤 여행자는 읽으면서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그저 장식처럼 타임슬립이라는 걸 가져온 게 아니라는 걸...많은 조사를 한 후에 쓴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우리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1937년은 중국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시기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일 전쟁이 발발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난징대학살이 벌어지던 시기의 상하이라는 것도 그렇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나 배경이 실제 1937년에도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실존하는 건물과 장소라는 점도 그렇다.

그런 대변혁의 시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칭랑은 사실 엄청난 부를 대대로 소유하고 많은 직원을 거느린 성가 집안의 사생아였다.

당연히 형제자매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은커녕 멸시받고 천대받기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공관에서 일하는 하인들도 그를 업신여겨 제대로 주인 대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하이에서 일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가족과 가족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 집안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쭝잉 역시 거대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었지만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운 처지라는 점에서 성칭랑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쭝잉은 재혼한 아버지가 뒤늦게 얻은 외아들과 특이체질이 같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녀에게도 집안에서 그녀의 자리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사랑은커녕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어디에서나 아웃사이더로서 외로움을 가슴 깊이 간직한 두 사람이 양 시대를 오가면서 목숨을 건 위험을 겪고 서로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고 젊은 남녀가 그렇게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마음에 담아 가는 과정이 현대의 빠른 사랑법이 아닌 1937년의 사랑법을 따라 서서히 마치 물감에 색이 스며들듯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쭝잉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을 담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밤 여행자는 이제까지 중국 로맨스 소설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여겼던 내게 새롭게 인식되게 한 책이었다.

로맨스 소설에 있어 남주인공이 차지하는 위치가 지대한만큼 책 속에 나오는 성칭랑이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 즉,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젠틀맨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여주인공인 쑹잉 역시 처음엔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 못하고 부당한 일에도 참기만 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제 목소릴 내고 스스로 위험한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것 역시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로맨스 소설답게 로맨틱하게 그려진 밤 여행자

별 기대 없이 읽어 더 마음에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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