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피하지 않고 직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내 잘못을 주변으로 돌리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탓으로 하면 순간은 모면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속일 순 있지만 자신의 양심까지는 속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을 피하고 싶어 외면하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반응은 극히 인간적인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죽거나 크게 피해를 입었을 때다.
이럴 때도 아무도 모른다는 이유로 모른 척 외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도덕심,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의 범위로 넘어간다.
대학생 쇼타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집에 들어갔지만 여자친구의 문자를 받고 차를 몰고 그녀에게 가려다 사고를 내고 만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들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친 게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었음을 직감했으면서도 겁이 나 모른 척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내 경찰에 의해 검거된다.
그러고는 자신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걸 인정하면서도 끝내 사람인 줄 몰랐다는 주장을 해 피해자 가족을 분노케하지만 재판부에선 인정받지 못해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유명 대학의 대학생이라는 자부심도 잃었고 자신으로 인해 가족까지 뿔뿔이 흩어지는 고통을 겪게 되지만 무엇보다 사회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여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도 없다.
어찌 보면 앞날이 창창했던 대학생이 한순간의 실수로 이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쇼타의 일은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고 후 쇼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쩌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이렇게 책에서는 쇼타가 사고를 내게 된 이유부터 이후 그가 사회에서 전과자로 겪는 일들을 비롯해 모든 심경의 변화를 쇼타 즉 가해자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고 또 다른 시점에는 쇼타의 사고로 자신의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 즉 피해자 가족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내이자 자식들의 엄마가 뺑소니 음주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가해자는 사고는 인정하면서도 책임의 일부를 아내에게 돌리는 몰염치한 짓을 한다.
그리고 사람의 생명을 뺏어간 죄로 4년이 채 안 되는 형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는 피해자 가족은 원통함과 억울함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억울함을 어디에다 호소할 길도 없다,
그들에게 있어 가해자인 쇼타는 악랄하면서도 뻔뻔한 범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갈리는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바가 많다.
자신이 지은 죄에 따라 죄를 받고 책임을 묻는 건 어디까지나 사법적인 관점이고 스스로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하고 반성하는 가 하는 건 다른 문제
이 책에서는 자신이 지은 죄를 변명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삶의 태도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를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뺑소니 사고를 가지고 와 독자로 하여금 더 피부에 와닿게 했다.
작가의 작품답게 가독성도 좋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어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정서와 다른 부분도 눈에 들어오는데 소설 속 내용과 별개로 이런 걸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