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평점 :
워낙 출간되는 책이 많다 보니 이 책에 전작이 있는 것도 그 전작이 엄청나게 히트해서 영화화한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는데 다행히도 전작을 안 읽고 읽어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언제나 느낀 거지만 일본 사람들의 여고생 혹은 고교 시절에 대한 애정은 우리 같은 사람이 느끼기에 불가사의하다 생각될 정도다.
어쩌면 그때가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들여다보면 고교생의 사랑이라 하기엔 그 무게감이나 깊이는 우리나라라면 20대의 청춘들이 겪을 만한 깊이와 내공이 보인다.
마치 고등학생의 모습을 한 20대의 청춘들의 사랑과 갈등, 방황이라고 할지...
갓 대학을 들어온 새내기 나루세는 언젠가부터 발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슬픔을 안고 있는 듯한 선배 와타야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사귀자는 그의 고백에 자신을 진짜로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고백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왜 이런 이상한 조건을 걸었던 걸까?
이 책에선 두 사람이 사귀게 된 현재에는 나루세의 시점과 와타야의 시점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인지를 보여준다면 와타야의 과거를 통해 그녀가 왜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가 이 책의 전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와 연결된다.
한창 감성이며 모든 것이 예민할 시기에 자신의 절친이 좋아하는 사람을 나 역시 좋아해 본 경험은 한 번쯤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늘 함께 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던 시기에는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등 취향이며 취미가 서로 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타야 역시 시작은 이런 감정과 비슷했던 듯하다.
사고로 인해 선행성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친구 히노에게 어느 날 한 남자아이가 고백을 했을 때만 해도 와타야는 그 남자아이 역시 자신의 친구에게 고백해오던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히노가 그 아이의 고백을 받아들이면서 달리 보였고 그 아이가 히노를 대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같이 어울리고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는 걸 느끼는 와타야
어쩌면 스토리 자체는 진부함을 넘어서지 않는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소설에서도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히노라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선행성 기억 상실이라는 특수성을 덧입히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숨기면서 친구의 연애를 응원하고 지켜본다는 와타야의 성숙함 그리고 그렇게 지켜준 연애가 미완성으로 끝맺음을 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사랑에 완전함을 더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인 와타야의 상실감과 허전함을 또 다른 사람인 나루세가 비집고 들어와 위로해 주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투명하고 순수해서 더 아름다운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