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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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면서 느낀 게 아... 내 마음이랑 비슷하구나 하는 동질감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한 게 개인과 개인 간의 사적인 거리 두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 혼자 있으면 같이 있어주려고 하고 뭔가 고민이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기도 하는 등... 어찌 보면 정이 많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거나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한국 사람의 이런 지나친 관심은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적어내려간 에세이는 사실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느껴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데 이 책은 상당히 젊은 감성이면서도 그 삶의 통찰의 깊이가 20대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묵직하면서도 예리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기도 했고 놀라며 감탄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냄새가 배다 같은 글은 지나간 연예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배어버린 습관과 행동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저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있다.

특히 지나간 연예의 흔적을 김치통에 깊이 배어버린 김치냄새로 비교하는 부분에서 아... 이 작가가 상당히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글에서 깊은 우울과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는 걸 느꼈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별을 겪은 지 얼마 안 돼서 쓴 글에 특히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연예를 해보고 헤어짐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을 십 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연예를 할 때는 지금 이 감정이 영원할 것 같았고 이 사랑이 끝까지 갈 거라 믿었지만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연애할 때의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습관이 된 익숙함이 싫어 이별을 고한다.

그러고는 깊은 우울과 자괴감도 느껴지고 또 실패했다는 느낌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싫어지기도 한다.

많은 글들이 지나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질척거리는 감정이 없이 담백하게 느껴지는 점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글은 마치 일기처럼 혹은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내려갔는데 글 곳곳에서 지나간 연인과의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쓴 글도 있었고 어떤 날에 있었던 작은 단상 같은 일상도 있어서 작가의 다이어리를 몰래 같이 보는 느낌도 들었다.

사회는 어쩌면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모순 가득한 세상에서 나로 존재하는 법은 어렵다.

결국 모두의 장단을 맞추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나와 맞지 않는 의견은 부정해야 하고, 또 틀리고 다른 것을 잘 구분해 내야 한다.

언제까지나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수는 없다.

그건 도피에 불과하다

P 188

인상적으로 읽은 양극의 세상 속에서의 이 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에 관한 글이기도 한데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가 깊은 내공이었다.

이런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을지 미루어 짐작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고 특히 양극화와 편가르기가 극에 달한 요즘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버거울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렵지 않은 단어로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에다 일상을 담은 사진까지...

참으로 이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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