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가끔씩 의학 드라마가 방영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이 흉부외과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왜 항상 흉부외과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대체할 수 없고 오로지 하나뿐이며 심장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추기에 가장 드라마적인 장면을 연출 가능해서 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했다.

이 책의 저자 치넨 미키토의 작품은 가면병동으로 처음 접해서 당연히 이 작품 역시 의학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 의료계 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배경이 되는 곳은 당연하지만 흉부외과였고 최고의 흉부 외과의에게만 돌아가는 수술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전공의 가 주인공이다.

준세이카이의대 병원 흉부외과에서 일하고 있는 다이라 유스케는 최고의 심장전문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잠을 줄여가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신보다 1년 후배이자 이 병원의 실세이며 최고의 흉부외과의사인 아카시 과장의 조카와 경쟁구도를 펼치고 있지만 그는 뒤를 봐줄 뒷배도 없는 형편이라 언제나 수술에서 밀리고 있어 실전의 경험이 늘 부족한 상태

그런 그에게 아카시 과장이 특명을 내린다.

새로 들어올 3명의 인턴 중 2명을 흉부외과에 입국시키면 흉부 외과의들이 꿈꾸는 파견지로 보내주겠다는 조건은 솔직히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하지만 인턴을 입국시키지 못하면 흉부외과가 없는 시골의 병원으로 파견될 것이 뻔했기에 물러설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처음부터 인턴들에게 얕보이는 등 실수를 연발하고 중요한 수술에 변변찮은 어시스트만 하고 있는 그를 인턴들이 무시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적절히 분해하고 부담을 나누는 일에 영 서툴기만 하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뒤처리는 그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그를 한심하게 보는 인턴들의 시선에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술방의 모든 관리를 도맡고 있는 의국장은 노골적으로 아카시 과장에게 아부하며 중요한 수술은 과장의 조카에게 맡겨 유스케는 점점 더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병원 내에 괴문서가 나돌기 시작한다.

아카시 과장이 제약회사와 관련해 데이터를 조작해 주고 일련의 돈이 오갔다는 뇌물 스캔들은 이내 병원을 흔들고

과장은 이 일에 대한 조사까지 유스케에게 부탁한다.

과연 아카시 과장의 실각으로 가장 크게 덕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게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병원 내에 실력과 관계없이 그곳에서도 정치와 줄타기가 만연하고 어떤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메디컬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잔잔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로 나눠져 전개되는 데 정치에 둔감하고 고지식한 성품의 유스케가 자신도 모르는 새 두 가지에 걸쳐져 있고 그 중심에 괴문서의 범인을 찾는 문제가 끼여 있는 상황이다.

그를 중심으로 우직하고 사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에 줄을 서야 자신에게 유리한 지 모른 채 결정적인 순간에 환자에게만 관심을 두고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펼치는 그를 보면서 답답함과 함께 그의 고민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가 한 선택으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런 선택을 하는 그가 바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의사로서 훌륭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도로...

어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의사에 가깝지만 현실은 실력 좋고 연줄 좋은 후배에게 밀리고 제대로 실력을 늘릴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에게 무시당하기 예사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이런 진심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전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가능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구도를 보는 재미도 좋았고 가독성 역시 일본 소설답게 좋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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