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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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래 훔쳐보면 엿보는 마을이라고 했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엿보는 대상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 대상이 젊은 미모의 여성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작가는 여기서 반전을 준다.

사람들이 몰래 보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 그것도 젊은 남자가 아니라 50대의 아들을 둔 유부남이라는 사실

여기서 사람들은 왜 그를 몰래 훔쳐볼까 하는 의문이 들면 이 책은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20대의 유부녀 조이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뭔가 사건이 생긴 건 분명한 데 어떤 사건인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왜 그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의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조이는 갓 결혼한 남편과 함께 나이차가 나는 오빠네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번개에 맞은듯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이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람이자 학교 교장인 50대의 톰 피츠윌리엄이라는 유부남이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매력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녀는 톰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의 집과 가족을 비롯해 그의 주변을 관찰하고 내내 훔쳐보며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조이와 경찰의 심문이 없었다면 사건이 발생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지만

알고 보면 톰을 감시하는 여자 외에도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는 누구를 의심해서 훔쳐보고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몰래 엿보고 있는 등... 겉으로 봐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살아 삶의 여유가 있고 그런 짓을 하리라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서로를 몰래 엿보고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게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드러난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의 발단인 톰은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도 뚜렷하게 의심할 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여학생을 따로 불러 대화를 하거나 조이와 약간의 신체적 접촉을 했지만 이내 떨어지는 등 의심하고 본다면 뭔가가 있는 듯 하지만 그냥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틈만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을 스토킹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게다가 그녀의 그런 의심은 딸에게도 이어져 그녀 역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자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자인 톰에게서 어딘가 꺼림직한 느낌을 갖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가 자신과 동갑이자 절친이며 톰에게 숭배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여지를 주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런 사람들의 성적 긴장감과 너무 평화로워 오히려 뭔가 곧 터질 것 같이 팽팽했던 긴장감이 터진 건 톰의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면서부터다.

그가 한때 선생으로 있었던 곳에서 한 소녀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에 톰이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학생들에게 대했던 모든 친절과 미소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정말로 아직 모든 것에 서툴고 불안정한 어린 소녀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루밍하며 즐기는 포식자였을까?

어리든 나이를 먹었던 막론하고 여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남자 톰

그리고 그런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이 모든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어딘가 모호한 톰의 태도들

전체적으로 분위기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엿보는 마을은 강하고 섹시하며 자신도 모르게 의지가 되는 능력 있는 수컷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며 휘몰아치는 듯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잔잔한 표면 밑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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