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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살아가다 보면 부당한 일을 당할 때가 있는 데 상대방이 나보다 힘이 셀 경우 그 부당함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 간의 이야기에도 그런데 하물며 상대방이 대기업이나 권력을 가진 경우라면 제대로 된 저항을 하기는커녕 저절로 주눅이 들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닌 것이 상대가 아무리 크고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라 할지라도 자신의 부당함을 해소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간혹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속된 말로 용자라 부른다.
이 책에 나오는 아카마쓰 도쿠로가 그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을 읽다 보면 누가 봐도 체급이 다른 싸움에도 전심전력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길 가던 모자에게 트레일러에서 빠져나온 타이어가 덮치는 사고가 일어나고 그 사고로 젊은 엄마가 숨지게 된다.
이 사건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고 당연하지만 이 트럭을 몰던 운수회사는 사방에서 비난을 받게 된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잠시 이 사고의 원인이 정비 불량으로 발표가 나면서 큰 거래처도 끊기고 거래은행에서는 대출을 막아서는 등 아카마쓰 운송은 경영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정비 불량이라는 조사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조사를 담당했던 호프 자동차에 재조사를 의뢰하지만 당연하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고 난 차량의 부품을 돌려달라는 당연한 요구조차 묵살해버리는 태도에 분노한다.
더군다나 거래처인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호프 자동차의 태도는 아카마쓰로 하여금 투쟁심만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뭔가 숨기는 듯한 태도에 의심을 더해가던 중 얼마 전 자신과 비슷한 사고 즉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바퀴가 빠진 사고가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런 의심은 더욱 굳어간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들이 요구하고 정당한 권리임에도 사고 차량의 부품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호프 자동차로 인해 과실책임이 유무를 증명할 수 없어 답답하던 중 호프 자동차가 그동안 중대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었다는 걸 한 잡지기자가 취재에 돌입하면서 분위기는 전환된다.
읽으면서 대기업의 횡포에 눈물짓는 중소기업 혹은 하청업체 생각이 났다.
이케이도 준은 이런 식의 포맷을 이용해 대기업의 횡포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소설을 즐겨 쓰고 있고 비록 현실에서는 힘들지라도 소설 속에서나마 그런 갑중의 갑에게 통쾌한 한방을 먹여 독자들로부터 막힌 속을 뚫어주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하고 있다.
특히 이 책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자신들의 물건을 팔아주는 소비자에게 대기업은 대부분의 판매자가 취하는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의 입장에서 뻣뻣하고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뿐 아니라 클레임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자세를 취할 때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제조물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걸 입증하는 책임을 생산자 즉 대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조리함을 아카마쓰 운송이라는 힘없는 중소기업을 통해 묘사하고 있는데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지 충분히 와닿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잘나가는 대기업이고 이름난 회사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타성에 젖고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소설로서도 아주 재미있고 사회고발 소설로서도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하늘을 나는 타이어가 왜 이케이도 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