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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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코인을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루나 코인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투자자에게 10%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형태부터 사기의 전조가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기에서 사용된 사기 수법이 이른바 폰지 사기라는 건데 사기 수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면서도 한 번씩 사기 사건에 말려들면 그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유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 글래스 호텔은 2008년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 사기 사건이자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 사건이었던 버나드 메이도프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인 글래스 호텔이 의미하는 것처럼 반짝거림으로 눈속임을 할 수 있지만 유리로 만들어진 호텔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허상에 가까운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겠다.

소설 글래스 호텔에서는 주인공의 횡보가 뚜렷하지 않다.

아니 모든 시점을 주인공의 시점으로 두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전 세계를 휩쓴 폰지 사기 사건에 어떻게 이 남매 즉 폴과 빈센트가 엮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삶 속에 스며든 이후의 삶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를 통해 폰지 사기 사건의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외부에서의 시선을 대표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듯하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배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밴쿠버의 외딴섬에 있는 호텔 카이에트로 흘러 들어온 폴과 빈센트는 이 외딴곳에서 인생의 커다란 변곡점을 맞게 된다.

폴은 로비의 유리창에 자살을 권유하는 문장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 라는 걸 에칭 펜으로 쓴 혐의를 받고 쫓겨나면서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길 즉 작곡가의 삶을 살게 되지만 빈센트는 바텐더로 살다 호텔의 소유자이자 거대 투자회사의 ceo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새로운 아내가 되어 그의 곁에서 트로피 와이프로서의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이 부분만 보면 폴은 왠지 패배자가 되어 쫓겨난 것 같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땐 이때 쫓겨난 것이 그로 하여금 오래전부터의 꿈이었던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되었고 늘 자유롭게 살기를 갈망했고 그전까지는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았던 빈센트는 그때 만난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엄청난 부의 맛에 길들여져 버려 끝내는 자신의 엄마가 절대로 그런 삶을 살지 말라고 했던 누군가에게 종속된 삶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조너선이라는 인물은 겉으로 봐선 누군가를 철저히 속이고 남의 걸 빼앗은 돈으로 살아갈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친절하고 유능하며 자신에게 철저할 뿐 아니라 일도 열심히 하는 전형적인 성공형 인물처럼 보인다.

일례로 오래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나이차가 큰 형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투자자에 비해 적은 돈을 투자한 형의 옛 지인에게 친절을 베풀어 남들보다 높은 이자를 챙겨주며 바쁜 시간 중에도 시간을 내서 맞이하는 모습을 보일뿐 아니라 최후의 순간에도 그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모든 것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자신들이 한 짓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할 순간에 자신과 함께해왔던 팀의 죄를 자신이 모두 짊어지고 갈려는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서 목숨과도 같은 돈을 투자라는 명목으로 사기를 친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그토록 많은 사람을 현혹시킨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고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저택에 살면서 온갖 사치를 다 부리지만 내부를 보면 공허한 삶을 살았던 조너선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몰락을 예견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보면 가장 현실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파국이 왔을 때 대처하는 자세도 달랐던 걸까?

그에 반해 같이 사기에 가담했고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각을 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그의 팀들은 자신들이 세운 이 회사가 영원할 줄 알았던 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자 속절없이 무너져내린다.

누군가는 모든 걸 버리고 달아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내부고발을 통해 자신의 죄를 경감 받고자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신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나락으로 떨어진 투자자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에 자신보다 30살 이상이나 많은 조너선의 곁에서 그가 주는 사치와 부에 젖었던 빈센트는 사법적인 형벌은 피했지만 과연 이 모든 일에서 무죄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누린 온갖 사치가 다른 사람의 눈물로 만들어진 걸 진정 몰랐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모든 것이 무너진 후 십수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읽으면서 느낀 건 지나치게 달콤하게 수익을 약속하는 것에는 뭔가 수상한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세계를 뒤흔든 이 사기극에서 무죄인 사람은 없을 듯...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본 책이었지만 스릴러라기 보다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사기에 휘말리는지... 그리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속이고 모럴해저드에 빠져들어가는지에 대한 전말을 그린 드라마였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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