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아쉬움, 미련, 후회와 같이 뭔가 못다 한 것에 대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만약 그 마지막의 대상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고 단 한 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뭘 가장 하고 싶을까

생각해 보니 그런 순간이면 사랑한다 고맙다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어쩌면 사고로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정부터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만 살아가면서 한 번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단단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도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지 않을까?

이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승과 저승의 끝인 기차역에서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사람과 남은 사람이 만나 못다 한 말이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설정이고 책 속에서는 4편의 죽음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곧 결혼을 앞둔 오랜 연인의 이야기이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쉽게 사람과 친해지지 못해 외톨이 생활을 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듯이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자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은 여자 역시 그랬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단둘이 사는 넉넉지 않은 형편의 그녀를 아이들은 따돌리거나 놀리기 예사였고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잃고는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었던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기차역 이야기에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이라도 그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열망에 열차에 오른 후 삶의 희망을 찾는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자신이 죽으려고 한 날 우연히 손을 내밀어 준 그녀의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열차 사고로 그녀를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사고가 났던 열차를 운전한 기관사의 아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실린 두 번째 에피소드 아버지에게였다.

아버지의 옷에 묻은 기름이나 허름한 옷차림이 늘 부끄러웠던 아들은 그런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종합상사에 들어갔지만 현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사수에게 밉보이는 바람에 계속 지적을 당하고 사소한 잘못에 비웃음을 받으며 몇 개월을 보내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새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결국은 회사를 뛰쳐나오지만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도 사람과의 교류가 쉽지 않아 그곳마저도 때려치운 채 근근이 버티던 중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고향집에서 들은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그가 생각했던 거랑 완전히 달랐다.

언제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와서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계셨을 뿐 아니라 주변에서 아버지의 도움에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자신이 아버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음을 깨달은 후 남자는 기차를 타 아버지를 만날 단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되고 그 만남에서 자신이 그토록 외면했던 아버지가 자신이 회사를 그만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다시 일어설 거라는 걸 믿고 계셨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과 더불어 다시 한번 더 도전해 볼 용기를 얻게 된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남은 사람의 슬픔과 후회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와 위안을 주고 있다.

설정 자체만 보면 진부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고 가슴 아픈 사연을 보다 보면 그 사람들의 사연에 공감이 가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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