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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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각종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왠지 지구 멸망은 천재지변이나 혹은 다른 행성과의 충돌 같은 문제가 아닌 우리 인간들 스스로의 행위로 벌어질 거라는 예감을 할 때가 많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걸 보면서 나처럼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다 결국에는 감당하지 못할 미친 짓을 벌이고야 말 것이라는...

전 세계에서 핵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이때 옥타비아 버틀러가 쓴 디스토피아 소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를 읽으면서 지금 상황과 중첩되어 보여 엄청나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비록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2년 후인 2024년이고 책 속에서 그려지는 세상과 지금의 세상과는 차이가 있지만 작가가 이 책을 쓴 시기가 1993년이라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통찰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모든 것이 달라진 2024년의 세상은 대부분의 사람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 먹을 식량마저 부족해 약탈이 일상화된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지만 로런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고 자라 장벽 밖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보다 조금은 나은 형편... 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장벽이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마약에 중독된 채 자신을 가진 엄마로 인해 초감각 증후군을 앓고 있는 로런은 지금의 현실은 변화가 필요하며 안전하게 보이는 장벽 안 세상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고 그 대비를 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목사이자 현실주의자인 아빠조차 사람들에게 사격술을 가르치고 조금씩 비상 상황에 적응을 시키고자 하면서도 로런의 의견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두가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했지만 끝내 로런이 예측했던 미래가 오고 말았고 불안하지만 안전하게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 믿었던 장벽은 힘없이 무너진다.

그나마 유지되던 보루마저 무너지고 차가운 현실 앞으로 내동댕이 처진 주인공 로런은 드디어 진짜 세상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게 되는 데 바깥은 막연하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잔혹하고 끔찍했다.

하지만 언제나 장벽 너머의 세상으로 나갈 것을 꿈꿨던 로런은 남은 사람들이 모여 자급자족하며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사는 새로운 세상 즉 지구종만의 세상을 도전해 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고 그런 그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 정착할 땅을 찾아 길을 나선다.

옥타비아 버틀러가 그리는 미래는 이렇게 어둡고 암울하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내 목숨이 위태로운 세상...

그렇다고 정치인이나 기득권이 없는가 하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나라를 지배하고 기득권은 자신들만의 장벽 안에서 위험과 마주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갈 뿐 일반 사람들의 삶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일반 사람들의 식량위기를 기회로 삼아 마치 저임금으로 그들을 부리는... 마치 노예제도가 있었던 시기로 회귀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무서운 건 작가가 그리는 세상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본 것처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일반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져서 글로벌 기업의 부품처럼 되어가는 세상

그나마 소설에서는 로런이 꿈꾸던 대로 피땀 흘려 가꾸고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세상을 통해 기존의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약간의 희망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후속작인 은총 받은 사람의 우화에서는 또 어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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