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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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드문 일이지만 브라질 같은 중남미 국가를 비롯해 유럽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곳에서는 부자를 상대로 몸값을 노린 납치극이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부자들이 그렇게나 경호에 신경을 쓰고 방탄차를 타고 다니는 건데 그들에게 그런 것들은 사치가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이 책 붉은 여왕 역시 시작은 납치 부터다.

자신이 돌봐준 어린 매춘부에게 연민이 생겨 그녀를 구하기 위해 포주에게 증거물을 심다 배신을 당한 걸로 모자라 대대적으로 언론에 노출되어 곤란한 상황이 된 존 구티에레스 경위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한 여자를 자신이 지정한 차에 태운다면 모든 일을 없던 것처럼 해줄 수 있다는 제안을 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존은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안토니아 스콧

얼핏 봐선 작고 가냘프게 보이는 이 여자가 왜 그렇게 중요한 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 그녀를 설득해 두 사람이 함께 간 곳은 스페인의 초상류층만이 사는 동네

그리고 그곳에서 유럽 최대은행 총장의 아들의 끔찍한 시신을 보게 된다.

뚜렷한 외상은 없어 보이지만 온몸에서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마치 속 알맹이가 빠진 껍질 같은 그 시신을 보게 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가장 적극적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진술조차 하지 않고 뭔가 숨기는 듯하다.

이 사건이 평범한 납치 사건과 다름을 직감하는 두 사람

이번엔 글로벌 기업의 상속녀가 사라진다. 그리고 납치범이 요구한 건 돈이 아니었고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인 기업의 회장님 역시 협박범과의 통화 내용을 다 말하지 않는다.

그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이 이야기의 매력이 드러난다.

누군가가 엄청난 부자들의 자식을 납치해서 뭔가를 요구한다면 누구라도 먼저 떠올릴 것이 바로 인질의 몸값이고 대부분의 납치범들이 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작전의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이 납치범은 시작부터 다르다.

게다가 대대적인 경찰의 수색 같은 게 없는 건 인질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죽은 소년의 사인까지도 완벽하게 숨긴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이는 그들의 태도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피해자 가족과 범인 어느 한쪽에서도 이 사건의 본질 즉 사건의 목적이나 이유에 대한 어떤 단서도 들을 수 없고 사건 해결을 위한 협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안토니아

그녀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사람이자 스페인 당국에서 은밀하게 추진했던 전설의 붉은 여왕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프로젝트의 본질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범인 역시 평범하지 않다.

밤이 아니라 훤한 대낮에 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대범했고 뚜렷한 증거나 혐의를 둘 어떤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치밀하고 영리하다.

무엇보다 범인의 특별한 점은 흔한 납치범처럼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범인이 원한 건 뭐였을까?

뭘 원했기에 자식들의 목숨 앞에서도 피해자 가족을 고민하게 했을까?

시작부터 전개 방식이며 초특급 능력의 안토니아라는 존재까지 모든 것이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솔직히 술술 읽히는 건 아니었다.

다소 낯선 문장들... 누구의 말인지 헷갈리게 된 대화... 매끄럽지 않은 글들... 이런 요소가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있어 아쉽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알고 보니 이 책은 3부작이란다.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결말의 아쉬움이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어색한 콤비가 어떤 활약을 펼쳐줄지 그리고 안토니아가 모든 걸 내려놓고 은둔하게 된 사연도 알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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