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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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중 2번째 작품인 내가 죽인 소녀가 새롭게 리뉴얼되어 나왔다.

예전의 시리즈는 워낙 텀이 있어서인지 표지가 시리즈 느낌이라기보다 각각의 단권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시리즈의 연속성을 고려해서 비슷한 느낌으로 맞춘듯한데... 둘 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뭐... 책이 재밌다면 솔직히 표지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그런 점을 본다면 내겐 믿고 보는 시리즈 중 하나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작가인 하라 료가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우연히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히로인 필립 말로에 매료되어 미스터리 작가로 전향을 했다는 다소 이채로운 그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인생을 전환시켜준 챈들러의 작풍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걸 알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왠지 어딘가 권태로운듯한 탐정인 사와자키는 챈들러의 작품인 필립 말로와 비슷한 듯 닮아있다.

속물적인듯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마초 같은 느낌도 들면서 우직한... 그리고 경찰들의 협박에도 눈 하나 깜작하지 않으면서 제 갈 길을 간다..

일본인 같지 않은 느낌의 이 탐정.. 그래서 묘하게 친근감도 가고 신뢰가 더 갔었다.

작가인 하라 료의 특징이 잘 산 이 작품은 그의 작품들처럼 스타일리시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탐정 사와자키.. 이번엔 엉뚱하게도 소녀의 유괴범으로 몰린다.

단지 의뢰인의 부탁으로 의뢰인의 집을 방문했을 뿐인데... 기다리던 형사들에게 연행당하고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다.

그에겐 오래전 경찰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엄청난 거금을 챙겨 달아난 동업자의 굴레가 아직도 씌어있었기에 이번에도 경찰들은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지만 유괴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돈을 맡기는데 그들이 우려했던 대로 어처구니없이 그 돈을 강탈당하고 결국 그 소녀는 사체로 발견된다.

그 소녀의 사망 추정 시간이 그가 돈을 빼앗기고 난 전후의 시간이랑 비슷하기에 소녀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 사와자키

그리고 그런 사와자키에게 뜻밖에도 소녀의 외삼촌이 사건을 의뢰해오면서 드디어 사건의 진상은 만천하에 드러난다

 그의 책은 현재 단 5권만 번역되어 출간된 걸로 아는데.. 그런 작품 수에 비해 그의 다음 작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의 작품 단 1권만 읽어도 그의 스타일리시한 작품세계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데.. 영미 작가가 그리는 하드보일드와 일본 작가인 그가 그리는 하드보일드는 비슷한듯하면서도 어딘지 조금 다르다.

그의 작품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잔인하게 총기들이 등장하고 피를 흩뿌리지 않기에 좀 더 인간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 달까...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사와자키라는 인물에도 묘한 매력이 있다.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처럼 늘 혼자 다니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곁을 허락하지 않는 일종의 완벽주의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유괴사건과 관계가 없으매도 자신이 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어쩌면 자신이 그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을 하는 부분에서 그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격이 확연히 드러난다.

하나의 사건에 끝까지 덤벼들어 결국 끝장을 보고야 마는 그의 근성 역시 그에게서 수컷을 향기를 강하게 느끼게 하기에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돈을 노린 유괴사건의 대부분이 가족이나 가족 주변 즉 지인과 연관된 사건일 확률이 가장 높다는 말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맞물려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복잡한듯한 사건이었지만 그 사건 속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이어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허무한듯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었다.

조만간 그의 세 번째 작품이자 역시 사와자키의 활약을 담은 `안녕 긴 잠이여`가 새롭게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다시 읽어도 역시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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