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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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아직도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더 무서운 건 앞으로도 코로나19보다 더 세고 변종이 강한 바이러스가 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던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이라는 게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우리가 실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수없이 많고 거기에 인류는 얼마나 속수무책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 책 엔드 오브 맨 역시 그런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변해버린 세상을 그린 것과 동시에 우리가 평소 이런저런 상상을 했던 것 중 하나를 구체화해 뼈대에 살을 붙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남녀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한 번쯤 생각해 봤음 직한 상상 즉 남자가 혹은 여자가 지상에서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우리의 상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엔드 오브 맨은 결국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서로 반목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처음 이상을 발견한 건 스코틀랜드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어맨더였다.

단순 독감 환자처럼 보였던 남자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그녀로 하여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했고 주변의 응급환자들을 조사하다 이내 이게 단순 독감이 아니라 남자들만 공격하는 팬데믹의 전조라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보고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이 바이러스는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런던을 포함해 영국 전역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 순식간에 전파된다.

각국은 이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 알지도 못해 허둥거리는 사이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어찌해 볼 틈은 없었다.

우리가 처음 코로나 상황을 잘 못 판단한 것처럼 한순간의 판단 착오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을 사태로 번지는 데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남자들이 죽어 나가다 보니 사회 전반을 유지하는 인프라가 올 스톱 된 것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릴 사령탑도 부재하고 공공시설을 유지 보수도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대륙 간 이동도 불가능해져서 모든 것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이젠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 전반은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랑하는 아들이 남편이 형제가 죽는 걸 손놓고 바라만 봐야 했던 여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이뤄졌다면 중반 이후부터 즉,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대책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한다.

이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된 것

누구보다 먼저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했던 어맨더는 어디서 이 바이러스가 시작된 건지 그 흔적을 쫓아 마침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그런 그녀의 노력은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해 백신을 발견하는 데 이르게 된다.

이렇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가족이 붕괴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후 고통받는 여자들의 심경과 이 모든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가는 사람들의 노력이 마침내 무서운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린 것만으로도 소설적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남자들에게만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설정을 통해 만약 지구상에 남자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여자들이 우세인 세상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더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하게 이뤄져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남자든 여자든 어떤 분야에 있어 성비의 완벽한 왜곡이 만약의 사태일 때 어떤 불안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극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는데... 어쩌면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의 핵심은 이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더해 만약 여자들이 세상의 우위에 있고 중요사항을 결정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여자가 된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하는 한 번쯤 생각해 봤음 직한 상상을 세심하면서도 극단적으로 풀어낸 게 바로 이 책 엔드 오브 맨이다.

스릴러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고 풀어가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세상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더 공감이 갔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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