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
오사카 게이키치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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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어수선하면 이런저런 괴담이 유행하기 마련이다.

괴담이란 건 대체로 사람들의 불안함과 공포를 자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고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조금씩 살을 더해 나중에는 원래의 이야기가 뭐였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기 마련인데 그 괴담의 뿌리를 더듬어 가다 보면 한두 건의 사건에다 이런저런 사연이 보태지고 범인이 오리무중인 상태일 때 생기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요즘 시대와 괴담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도시괴담이라는 형태로 유행되는 걸 보면 지금보다 훨씬 옛날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납득하기 쉽지 않거나 다소 괴이하다 생각되는 사건들이 괴담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흉흉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침입자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빨리 범인을 특정 지을 수 없었다면 괴담이나 흉흉한 소문이 되어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만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건의 괴이성이나 수수께끼적인 면모를 단숨에 파악해 조기 해결해 가는 과정이 허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근거까지 보여주면서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놀라운 건 이 작품이 쓰인 연대가 1930년대였다는 사실이다.

작품들을 읽어보면 지금 읽어도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세련되었을 뿐 아니라 용의자를 특정 지을 때 내세운 근거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것이다. 요즘 추리소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데 표제작으로 한 침입자는 일종의 밀실 상태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화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적한 별장으로 간 화가 부부와 화가의 친구는 이층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뭔가에 뒤통수를 맞고 죽은 남편을 아내가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은 화가는 그림을 그리던 도중이었는데 문제는 그가 그린 그림이 지금 있는 동쪽의 방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그림이었다는 점... 이런 걸로 인해 화가는 아내가 있던 남쪽방에서 피살된 후 동쪽방으로 옮겨진 거라는 걸 추론할 수 있었고 당연하지만 아내는 중요 용의자가 된다.

더군다나 아내와 화가의 친구는 불륜 관계가 의심된다는 점에서 더욱 두 사람의 혐의는 짙어갈 뿐...

추운 밤이 걷히고에서는 학교 선생님이자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남편이 부재 중일 때 늘 겨울이면 이곳에 묵으면서 스키를 즐기던 아내의 사촌과 아내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아이의 행방이 묘연해진 사건 이야기다.

죽은 사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아직 어린아이의 실종... 창밖에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있고 그 발자국을 따라갔지만 당연하게도 흔적이 사라져 모두가 당황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사람들의 착각을 일깨워주면서 미스터리했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세 명의 미치광이에서는 요즘도 흔히 사용하는 트릭이 나오고 긴자의 유령 역시 모호했던 사건의 실체를 하나의 발상을 전환시켜 해결한다.

그리고 가장 맨 먼저 소개된 탄굴귀는 가장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괴담에 어울리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

갑자기 무너진 탄광 그리고 그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한 명의 광부...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틈을 비집고 광부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탄굴의 입구를 봉쇄해버린 기사와 감독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가장 혐의가 짙은 죽은 광부의 가족은 알리바이가 확실하고 죽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일조한 사람들이라고 봤을 때 사건은 마치 죽은 자가 돌아와 복수를 한 것 같은 양상을 보여 남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탄굴의 입구는 완벽하게 막혀있고 빠져나올 구멍이 없는 밀실 상태... 만약 범인을 특정 짓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할 괴담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작가는 도저히 사람의 범죄가 아닌 것 같은 상황에서 논리와 정확한 근거로 사건을 해결해 보인다.

나오는 작품들 대부분이 미스터리하고 다소 괴이할 수 있는 것을 본격 미스터리답게 트릭을 찾아내고 증명해 보이는 데 과연 정통 미스터리를 계승했다고 평할 만하다.

잘 짜여진 트릭의 허점을 논리로 해결하는...요즘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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