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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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회문제를 화두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써 온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엔 형벌과 속죄의 문제를 가지고 왔다.

범죄자들을 교도소에 잡아넣어 두는 걸로 과연 교정이 될 것인가? 그들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죄책감을 가지거나 속죄하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을까?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대로 그들은 도저히 고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사람들이라 교화나 교정은 불가능한 걸까?

범죄가 나날이 늘어가고 강력해지는 요즘 한 번쯤 짚어봐야 할 문제에 대해 게이고 식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는

공허한 십자가는 범인의 입장이나 그들의 행적을 비롯한 모든 걸 그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 즉, 범죄 피해자 가족이 겪는 고통과 분노, 억울함과 누구도 자신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딸아이를 강도에 의해 잃은 후 삶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부부가 나온다.

처음에는 딸아이를 살해한 범인이 사형을 받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지만 원하는 바를 얻은 순간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 가슴 한편이 텅 빈듯한 공허함을 느끼면서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부부는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 연락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범죄 피해자가 되어 경찰 앞에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된 남자 나카하라...

이번엔 전처인 사요코가 길거리에서 강도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것도 잠시

다음날 자수한 범인을 반드시 사형이 선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전 장인어른들의 요청으로 범인의 흔적을 따라가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생면부지의 관계이고 범인은 사요코를 처음 봤다는 말에 의문스러운 점이 나타나고 이번엔 사요코의 흔적을 따라가다 이 모든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를 알게 되면서 사요코를 비롯해 나카하라 역시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인가? 그들이 지은 죄는 아무리 속죄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 그리고 살인을 한 사람에겐 국가가 나서서 사형을 선도하고 실행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실 범죄가 발생하면 모든 관심과 초점은 범인에게 맞춰진다.

왜 이런 짓을 벌인 건지... 무슨 목적이며 원하는 건 뭔지 등등...

어느새 범죄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그중에서도 남은 유가족이 겪는 상실감과 갑작스럽게 맞이한 가족의 해체로 인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고통은 오롯이 유가족이 견뎌내고 이겨내야 하는 형벌 같은 것이 돼버린다.

게다가 힘들게 원하는 바를 얻었다 해도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그 뒤에 모든 것이 끝난 뒤 찾아오는 허탈함 허무함은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보통의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재판에서 내린 처벌의 시간을 보내면 그들은 다시 사회로 나가 아무 일 없는 듯이 새로운 출발을 하지만 유가족은 끝나지 않은 고통으로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형벌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부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듯하다.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을 수 있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문제를 작가 특유의 필력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 공허한 십자가

무거운 주제였지만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가독성이 빛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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