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짠~ 하고 나타나 단번에 악당들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히어로라고 한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환영받기 마련
그래서 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히어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런 영웅들이 찬란하게 반짝거리고 빛나려면 반드시 영웅들의 그림자 같은 존재인 악당들 즉 빌런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히어로의 존재가 빛나기 위해서는 히어로의 힘과 영향력만큼의 존재감을 가진 강력한 슈퍼 빌런이 필요하다.
이렇게 서로 필요 불가분의 존재인 히어로와 빌런이지만 모든 하이라이트는 히어로의 몫이고 온갖 미움은 빌런에게 돌아간다.
내가 이런 악당의 입장이라면 억울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악당들의 입장과 관점에서 쓴 작품이 바로 이 작품 헨치다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 주인공이라니!!! 신박하지않은가?
태어나면서부터 초능력의 유무를 검사해 어릴 때부터 히어로로 길러지는 세상에 그런 히어로가 아닌 반대편 즉 빌런을 위해 일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을 우리는 헨치라고 부른다.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헨치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으며 데이트 상대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렇게 불리한 입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일을 하던 헨치 애나는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가장 유명한 슈퍼 히어로 슈퍼 콜라이더의 공격을 받아 죽음의 위기를 맞고 골반뼈가 부서지는 큰 사고를 당한다.
그날 이후 애나의 삶은 모든 것이 변했다.
직장을 잃었고 다리에 철심을 박고 오랜 시간 입원해야 했으며 살 집마저 잃어버린 것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애나는 분연히 일어나 이제까지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했던 일 즉 히어로들이 세상을 구한답시고 벌이는 일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 보다 오히려 아무런 잘못없이 엉뚱하게 화를 입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까발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니 오히려 더 히어로라는 존재가 세상에 더 많은 피해와 해악을 입힌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자 한다.
그리고 그런 애나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슈퍼 빌론인 레비아탄의 시선을 끌고 그에게 단박에 발탁되어 함께 일을 하게 된다.
레비아탄의 회사로 출근하면서 애나의 재능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주도 아래 면밀한 계획을 세워 히어로들 간에 분열과 마찰을 일으키는 작전이 수행된다. 마치 발톱 속을 파고드는 가시처럼...
하지만 그런 그녀의 존재 역시 슈퍼 콜라이더를 비롯한 히어로 관리팀의 눈에 띄게 되고 친구의 집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 한 번 애나는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악당들의 모습 즉 자신만 살고자 하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악당들이 애나를 구출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 들어와 그녀를 구한다.
애나와 동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누가 그들을 인정사정없는 빌런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필요 없는 행동으로 주변을 망가뜨리고 심지어는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히면서도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 존재인 히어로들이 더 나쁜 악당으로 보인다.
아마도 작가 역시 그런 걸 노린 게 아닐까 싶다.
히어로와 빌런의 입장을 비틀어서 보여주면서 세상을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 없음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일단 그런 걸 떠나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뒤집어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이렇게 유쾌하고 흥미로운 빌런이라니!!!
읽으면서 마치 유명한 노블 그래픽이나 히어로물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유쾌하면서도 흥미진진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