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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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형 SF 소설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제목만큼 작가의 이력도 이채롭다.

공학박사이면서 틈틈이 소설을 쓴 소설가이기도 한데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SF가 중심이 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많다.

이 책에서도 SF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단편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생활밀착형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서 색다른 관점으로 풀어놓은 작품들이 많다.

이를테면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에서처럼 지구에서 가장 고등한 동물이자 영장류인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지구라는 커다란 행성에서 식물과 미생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그런 존재로 본다든지 슈퍼 사이버 펑크 120분에서는 하나의 공문서를 제출하기 위해 온갖 인증서를 깔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모습이 우리의 일상을 재밌게 보여준다.

작품에서 시간 내 공문서를 제출하기 위해 벌이는 주인공의 사투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겪어 본 일이라 엄청나게 몰입해서 읽게 된다.

그렇게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 손에 쥔 결과물의 초라함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짓게 한다.

SF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인 시간 여행에 대한 작품도 있는데 시간 여행자를 받을 수는 있지만 보낼 수는 없는... 일반인의 시각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소재를 통해 현재 시간 여행의 가장 현실적인 이론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멋쟁이 곽 상사라는 작품에서는 주어진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낯선 곳에서 고군분투하고자 하는 요즘 세대의 대표격인 주인공과 달리 그곳의 터줏대감 격인 곽상사는 모든 일에 사사건건 반대를 하면서 손발을 묶는... 요즘 말로 치면 꼰대 같은 사람으로 나온다.

해보지도 않고 이러저러해서 안된다는 거절부터 하는 곽상사때문에 아무 일도 진척할 수 없어 좌절감을 느끼는 주인공... 여기에서 곽상사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관료사회의 경직된 문화를 대변하는 인물이자 신구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로 나오지만 작가는 의외의 반전을 통해 현실 비틀기라는 블랙 유머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 최후의 사람일까요에서는 더 이상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아 지구에서 유일하게 홀로 남은 사람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것 역시 현재 아이 출생률 저하로 인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극대화해서 보여준 작품이었다.

읽으면서 생활밀착형 SF 소설집이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는데 현재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모든 일에다 과학적 상상력과 소설적 재미 그리고 가벼운 비틀기식 유머를 섞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SF라든지 과학적 소재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었다.

길지 않은 글이라 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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