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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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함은 말해 뭐 할까만은 대부분의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힘없는 노약자나 어린애, 여성들이다.

물론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남자들도 엄청난 희생이 따르지만 직접적인 전투가 아닌 남아있는 사람들이 겪는 굶주림이나 성적 피해 같은 부수적인 피해의 참혹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온다.

이 책 파이드 파이퍼는 그런 전장에서 벌어진 일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다행이랄지 그렇게 어둡거나 참혹하지 않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만큼 전투가 벌어진 전장에서 힘없는 70대의 노인이 여러 나라의 국적을 가진 아이들을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이끌고 사라지듯 데리고 탈출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그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70대 영국 노신사 하워드는 전운이 감도는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로 휴가를 온다.

그는 얼마 전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 전쟁에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휴가지에서 만난 한 가족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영국 출신의 부부는 두 아이를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보내길 원했고 하워드가 귀국길에 두 아이를 함께 데려가 주길 바랐던 것

어쩔 수 없이 두 아이를 맡아 귀국길에 오르지만 전쟁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어 이미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고 이제 단순한 방법으론 영국 땅을 밟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탈출이 된 것... 게다가 하워드와 두 아이의 피난길에 또 다른 아이들이 합류하게 되면서 하워드의 책임은 무거워진다.

어느새 다섯 명으로 불어난 아이들을 이끌고 안전한 곳으로 가 어떡하든 영국으로 갈 길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독일 군인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전쟁으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아이들을 보호하고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워드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워드가 낙천적인 성격이고 돈이 좀 있어서 원하는 걸 살 수 있었다는 점인데 그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비싼 값을 불러서 이익을 취하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 전쟁의 비정한 면을 일부 보는듯했다.

전쟁으로 인해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낯선 땅에서 의심의 시선을 받아 가면서 통제하기도 쉽지 않은 어린아이 다섯 명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는 하워드의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진 파이드 파이퍼는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적인 표현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단지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아이가 충격을 받은 모습이나 자신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린아이나 노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쉽사리 내밀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과 비정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워드와 아이들이 영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이 마치 모험담처럼 흥미롭게 그려진 파이드 파이퍼... 드라마틱한 여정을 드라마로 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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