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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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삶이 끝나는 순간을 기록한 글이다.

일본에서 2020년 서점 대상 논픽션 부분 대상을 수상한 책답게 죽음 하면 연상되는 채루 가스 같은 평범하지만 슬픈 죽음의 이야기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적이면서 이상적인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재택 의료를 추천하고 있다.

일단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평범하게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는다.

저자인 사사 료코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재택 의료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죽음의 순간들을 함께 한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보호자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프롤로그는 재택 의료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방문간호사인 모리야마가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깨달으면서 시작한다.

언제나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의 곁에서 그들을 케어해주고 죽음을 받아들일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편안히 마지막 숨을 거둘 수 있게 도와줬던 모리야마였지만 본인의 죽음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거라 예상한 저자의 생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사람은 죽음 앞에서 누구나 예상과 다른 모습이 있다.

같은 죽음 앞에서도 누구는 힘들지만 의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힘들고 괴로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그런 사람들 곁에서 재택 의료진과 방문간호사 등이 힘을 보태준다.

그들 대부분은 예상과 달리 죽음을 막연하게 기다리기보다는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하고 추억을 쌓아주고자 한다.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질 가족을 위해서...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조개를 캐러 바다로 가자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을 내 바다로 향하고 디즈니랜드로 온 가족이 여행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죽음이 아닌 삶에 집중했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곁에서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재택 의료진이었다.

읽으면서 우리와 다른 일본의 의료체계 중 이런 부분은 몹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보험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늘 자랑해오던 우리지만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는 아직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보다 노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은 삶의 마지막 순간 삭막한 병원이 아닌 집에서 좀 더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재택 의료체계가 잘 되어있는 듯하다.

물론 저자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택 의료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반 의료비보다 비싼 의료비 그리고 늘 부족한 인력, 가끔 의료진을 향해 막말과 폭언을 하는 환자와 보호자 등을 견뎌야 한다는 점등..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링거 줄이나 주사에 붙잡혀있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끝까지 현재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힘을 보태주는 재택 의료진들의 노력과 봉사를 보면서 그들의 헌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

언제나 환자 곁에서 마지막을 함께했던 방문간호사 모리야마의 이야기처럼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생을 연장하고 연명하는 치료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고 인간적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재택 의료가 있다.

슬픈 마지막이 아닌 감동적인 마지막 순간을 보여줘서 기억에 남을 만한 스토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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