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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평점 :
일상 미스터리를 비롯해 코지 미스터리, 본격, 하드보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와카타케 나나미지만 작가의 이름을 보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하무라 아키라 탐정 시리즈였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는 하무라 아키라는 탐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즉 적당히 나이 든 남자, 담배에 찌들고 총을 곁에 두면서 이쁜 의뢰인과 썸도 탈 정도의 외모를 가진 마초맨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40대의 여성이면서 독립적이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의지력을 가졌을 뿐 만 아니라 비즈니스인 탐정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철저히 이해관계를 따질 수 있을 정도로 냉철하고 객관적이다.
그녀를 보면서 10대의 여학생들이 보이시한 선배나 동기생에게 느끼는 그런 감정을 갖게 할 만한 타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하무라에게는 어둠 공포증이라는 왠지 탐정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트라우마가 있었고 그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 사연이 이번 편 나쁜 토끼에서 밝혀진다. 따지자면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비기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가출해서 남자와 동거 중인 여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던 중 하무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칼에 찔리고 발을 다치는 부상을 당한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구해준 여학생 미치루의 친구이자 행방이 묘연한 부잣집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아 조사하던 중 사라진 소녀가 그 아이 하나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중에 미치루의 또 다른 친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 죽은 아이 역시 사라진 아이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누군가가 하무라의 뒤를 쫓는다.이때부터 하무라에게는 사건사고가 끊이지않고 불운이 시작된다
게다가 사라진 소녀의 부모는 갑작스럽게 조사 의뢰를 취소하면서 계속 조사를 할 명분을 잃지만 분명 사라진 소녀들 사이에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하무라는 조사를 계속하게 되고 이내 소녀들 사이에 서로 연결되는 누군가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사라진 아이들의 단서를 하나씩 찾아 흔적을 쫓을수록 사라진 소녀들을 노린 어두운 그림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쩌면 단순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자신이 위험한 지도 모른 채 함정으로 걸어갔을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순진하고 어린 학생들을 노리는 사람이 이 사회에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여학생들에게 안전하면서 큰돈을 벌어준다는 일이란 도시 전설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책 속의 하무라의 말이 진실임을 우리 어른들은 알지만 몸만 자란 아이들은 이런 속임수에 쉽게 당하고 나쁜 놈들은 아이들의 이런 순진함을 노린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나쁜 놈들 역시 친절한 얼굴과 말로 어린 소녀들을 꾀어내 원하는 바를 취했다는 점에서 여느 나쁜 놈들과 마찬가지지만 그들의 발상은 기발함을 넘어서 잔인하기 그지없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보통의 사람들 위에 있다는 선민의식과 엘리트주의에 절어있는 속물들이어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의식은커녕 강력한 도취감과 성취감을 자랑한다.
이런 그들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의 기존 작품에 비해 나쁜 토끼는 휠씬 더 하드보일드하고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고발하는 성격이 강하다.
처음의 다소 설렁설렁함은 이내 긴장감으로 채워지고 하나둘씩 퍼즐을 맞출 때마다 스케일이 커지며 생생한 긴박감을 느끼게 했고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을 땐 아...하는 탄식을 불러왔다.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