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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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으로 전환되기 전 특히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와 뉴스에 오르내렸던 기억이 있다.

엄청난 수의 감염자로 인해 도시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다시피했고 특히 노년층의 피해가 극심해 모두가 우려의 시선으로 이탈리아를 바라봤던 그 즈음 이탈리아 정부는 록다운을 걸어서 모든 통행을 금지시켜 확진자가 양상 되는 걸 막고자 했었다.

그때 외신에서 발코니나 테라스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던 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데 이 책 이태리 아파트먼트에 나오는 주민들이 마치 그때 테라스로 나와 함께 노래 부르고 연주를 했던 그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다.

하루아침에 모든 외출이 금지된 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그때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른의 시선이 아닌 9살의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팬데믹 상황이라는 전래가 없는 상황을 맞아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와 절망 그리고 우울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고 가볍게 그리기 위해 어른의 시선이 아닌 9살 소년의 시점을 빌려 쓴 것 같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마냥 현실에 대해 둔감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반적인 어른의 시점과 다른 시점으로 이 상황을 그려보고자 한 것 같고 작가의 이런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스톱된 채 집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지금 상황이 처음에는 그다지 싫지 않았던 마티아

학교를 안 가도 되니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었고 모든 것이 마치 장난처럼 느껴졌지만 그런 마티아에게 이 상황이 싫은 유일한 이유는 엄마와 이혼을 위해 별거 중이던 아빠가 거실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챔피언이라 불리는 걸 싫어한다는 것도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을 얹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사는 집으로 들아와 친근한 척 구는 게 싫었지만 록다운이 풀리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는 걸 알기에 참기로 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금방 상황은 종결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아파트 안의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고 사소한 것에서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는 아픈 사람들을 위해 병원의 최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웃집 간호사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표현했던 사람들마저 이제는 그녀를 향해 병균을 나른다며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간호사의 남편은 아내가 병원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다른 여자를 집안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외에는 이웃사람들끼리 서로 누가 허락 없이 외출을 하는지 감시를 하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마치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처럼 거리를 둔다.

이런 모습을 보면 누가 21세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퇴행하고 있지만 이런 묘사가 실감 나게 느껴지는 건 지금 우리의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거부감 그리고 내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마티아의 집안에는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았다.

서로 대립하고 말조차 섞지 않았던 부부가 어쩔 수 없이 함께 살면서 서로 대화를 하게 되고 예전의 함께했던 추억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관계가 성립되고 마티아 역시 싫어하던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아빠와 함께하는 것이 점점 좋아져간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고통 받았고 지금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된 60년 후, 이제 할아버지가 된 마티야 가 손주들에게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얼른 이 상황이 끝나 먼 훗날 이때를 기억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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