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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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아련함과 함께 소녀 감성이 느껴지는 이 책은 일본 소설 그중에서도 소녀와 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에서 느끼는 감성...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 그대로 담겨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인들의 여고생 사랑은 언제 봐도 특별한 것 같다.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 중 공전의 히트를 친 작품이 몇 개 떠오르는 데 이 작품 속에서의 여고생도 특별하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여고생 곁에 있는 남학생은 언제나 평범하지만 우직하고 믿음직스럽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도 이런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하게 생활하던 하루토와 학교에서 철의 여인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별명으로 불리는 미소녀 아야네는 만약 그때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하루토의 시를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이였을 뿐... 서로 접점은 없는 사이였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조부모의 밑에서 자라 그저 공무원으로 취업해 자신을 돌봐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곁에서 노후를 돌봐드리겠다는 목표 외에는 별다른 포부도 야망도 없었던 하루토의 유일한 취미는 시를 쓰는 것이었고 음악을 만들 순 있지만 작사는 할 수 없었던 아야네에게 하루토의 존재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학급에서 어딘지 겉돌고 있는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도 있었기에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야네가 작곡을 한 곡에 하루코가 작사를 해 노래를 만들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하루코는 아야네가 작사를 할 수 없는 상황 즉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난독증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한창 예민할 시기의 아이들이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 같이 공동작업을 오랜 시간 한다면 그다음에 오는 일은 뻔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하루코는 또래의 남학생답지 않은 결정...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야네가 자신 때문에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서는 안된다 생각해 떠나기 싫어하는 그녀의 등을 밀어 그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쿄로 떠나보낸다.

이야기의 시작은 하루코가 사랑하는 그녀에게 자신과 유명 가수가 된 아야네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이야기 전체의 복선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에서도 주인공은 다소 특별한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걸로 되어 있는데 이번엔 주인공이 글을 읽기 힘든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소녀들에게 이런 특수한 핸디캡을 부여하고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난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으로 난관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병약한 소녀 곁에는 언제나 말없이 지켜봐 주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남학생이 있는...

작가는 아마도 아름다운 동화 같은 사랑을 동경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비슷한 느낌의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는 고등학생들의 풋풋하지만 순수한 그 시절을 가장 이상적으로 뽑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풋풋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성인의 막연한 생각일 뿐... 요즘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생각처럼 고등학생이라고 마냥 순수하고 풋풋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사람이 어린 나이가 아닌 막연히 고교 생활을 그리워하는 성인이라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일본 소설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어떤 작품과 어딘가 비슷한 전개를 가져가고 있는 듯한데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한다.

일본 소설답게 가독성도 좋고 큰 부담 없이 읽기엔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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