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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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인터넷이나 sns 상에 익명성 뒤에 숨어 온갖 욕설과 자신의 악의를 거침없이 드러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별다른 제재나 제약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그저 재미 삼아 혹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는 이유의 대부분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어떤 소기의 목적을 가졌거나 나쁜 의도로 사람들을 선동하고자 한다면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하는 것 만한 방법도 없지 않을까 싶다.

후루타 덴이 쓴 이 소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에서도 그런 익명성 뒤에 숨은 악의를 표현하고 있다.

마음 맞는 파트너가 있고 커리어 역시 잡지를 만드는 회사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잘나가던 카에데

하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이제까지 그녀가 쌓은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잡지에서 손을 뗄 처지에 놓인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동료의 은근한 조롱과 질시, 회사의 압박에 숨이 막혔고 그런 그녀의 눈에 딸아이의 옷을 만들어주면서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듯한 소라 파파라는 닉네임의 그 사람이 위선자처럼 느껴져 비판의 댓글을 남긴다.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

단 한 문장의 말...

그것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을까?

한편 오랜 세월 잠든 채 누워있는 아내의 병구완과 주말에만 함께할 수 있는 딸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주중에는 병원에서 주말에는 딸아이가 있는 본가로 가야 하는 다나시마는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자신이 가진 솜씨로 딸아이의 옷을 만들어 주는 걸로 대신하는 그에게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느냐고 묻는 누군가의 댓글은 그를 분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어떤 심정으로 이 일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그는 자신에게 이런 글을 남긴 사람을 추적해 같은 방법으로 응징하고자 했다.

이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 그 사람을 추적해 그 사람의 일기와 글을 모두에게 공개하고 원하던 대로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악플이 달리는 걸 즐기게 된다.

따로따로 놓고 보면 두 사람은 그저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특별한 악의를 품고 있거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댓글을 남기거나 한 게 아니지만 결과는 두 사람의 상상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어느 순간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파국으로 치닫는 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며 반전에 반전을 더한다.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좋아하고 마음 맞는 파트너가 있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30대의 커리어 우먼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허울좋은 삶인지 그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어쩌면 늘 위태롭게 삶을 영위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많은 시간 함께하는 동료는 내가 한순간만 삐끗하면 언제든 내 자리를 차고 들어올 수 있는 잠재적 라이벌일 뿐이고 함께하지만 진짜 짐을 나눌 수 있는 사이는 아닌 그저 마음이 맞는 동안 함께하는 사이일 뿐인 파트너...

위기 상황에서 그녀가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 어디에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음 편히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 수 없는대서 오는 그런 감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어서인지 공감이 간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의 그림이 다시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도 적절한 표현인지...

처음부터 주인공인 여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었고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 생각지 못했던 반전까지...

가독성 있고 몰입감 좋고 마지막 반전까지 삼박자가 잘 갖춰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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