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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는 남녀를 불구하고 상대방의 외모가 멋지고 빼어날수록 그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외모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난 외모는 신뢰감마저 높게 평가할 때가 많다.
그래서 외모가 뛰어난 미남미녀는 사회생활하는 데 있어 그만큼 더 이점을 가지고 하게 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연봉도 더 높게 받는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내 배우자가 남들도 인정하는 멋진 외모를 가졌고 거기다 직업마저 선망하는 직업의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그의 호감도는 상당히 높을 것이고 그런 그 사람이 남들이 보는 데서 나에게 자상한 행동을 하고 사랑에 빠져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에 대한 신뢰도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남편이 사실은 모두가 안 보이는 데서는 나를 학대할 뿐 아니라 목숨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나의 이런 말을 과연 얼마나 믿어줄까? 이런 의심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다.
웬만한 영화배우보다 잘생긴 얼굴에 단 한 번도 재판에서 진 적 없는 변호사인 남편 잭... 심지어 남편은 매 맞는 아내들을 위해 배우자를 상대로 재판을 걸고 그런 아내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잭의 모습은 완벽한 위장에 불과하고 그런 사실을 결혼하기 전에는 깜쪽같이 몰랐던 그레이스는 신혼여행지인 태국에서 남편 없이 혼자서 밤을 보내고 마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잭을 보면서 그제야 이 결혼에 대해 의심이 생긴다.
사실 그는 밀리와 함께해야 하는 결혼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원하기까지 해서 그레이스를 감동시켰고 그녀로 하여금 이 결혼에 한치의 망설임이 없도록 했었다.
무엇보다 이제껏 사귀었던 남자들이 다 부담스러워했던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라는 존재를 생각한다면 잭이 왜 그레이스와 결혼했을까? 하는 뒤늦은 궁금증이 생긴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살인이 나오거나 잔인한 사건이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있고 당당히 자립해 살아가던 한 여성이 어떻게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기력하고 의지를 상실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로 하여금 잭이 가진 광기와 그걸 깨달은 그레이스의 두려움을 서늘하게 표현한 심리 스릴러이다.
탁월한 전략가이자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잭이 그레이스 스스로 자신의 직장을 관두고 전업주부로서의 길을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완벽하게 잭의 포로가 되도록 하는데 그 과정을 보면 누구라도 그의 매력적인 제안에 흔들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잭의 계획은 완벽했고 그래서 더욱 그가 교묘하게 친 거미줄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었던 완벽한 그루밍의 과정이었다.
이렇게 겉으로는 완벽한 남편의 모습,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가장하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여자의 직업을 스스로 그만두게 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집안을 요새처럼 꾸며 마치 보안에 신경 쓴 듯 보이지만 탈출을 방지하고 심지어는 먹을 것으로도 사람을 조정하는 등... 잭은 냉혹한 사육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도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공포에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어디에서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그레이스의 불안하고 절박한 심리묘사가 탁월했고 사이코패스인 잭이 노리고 있던 하나뿐인 동생이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밀리를 잭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그레이스의 치열한 투쟁을 그리고 있는 `비하인드 도어`
생각보다 그레이스의 반격이 치밀하지 않았던 게 좀 아쉽지만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