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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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볼 때 오랜 시간 사귄 연인은 단순히 커플이라고 보기보다는 거의 부부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 세월이 10년을 넘어가면 그들이 결혼을 했다 안 했다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장기 연애하는 커플 중 결혼으로 가는 커플보다 깨지고 각자 다른 이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걸 보고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다 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서로 오랜 시간을 연인으로 지냈던 커플이 깨져서 각자가 다른 사람과 새로운 연을 맺었다면 안타깝긴 해도 그들의 인연은 거기까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새로운 연인과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났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못하고 남게 되는 경우가 있을 때 그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을 원망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에 대한 애정과 미련이 남아있을 경우는 그야말로 최악이 아닐까 싶다.

이 책 국어교사의 여주인공인 마틸다가 그런 케이스였다.

16년을 사귀었고 그중 대부분을 함께 살았던 남자가 성공하자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것도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녀가 없는 틈에 사라져버리는 최악의 이별 방법으로 그녀에게 두 번의 상처를 준 채...

그러고는 오랜 세월이 흘러서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는 남자

그 남자는 작가로 성공했고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마틸다가 그토록 원했지만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아이까지 낳고 잘 살면서 그 모습을 TV 나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그래놓고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 지난 일은 잊자는 남자를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워크숍을 작가들과 매칭해서 직접 작가에게 듣는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래전 헤어졌던 연인이자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줬던 크사버가 연락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일의 내용을 통해 크사버가 마틸다에게 한 짓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그녀가 그에게 원망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녀가 그에게 원망만 품은 건 아니다.

오히려 그와의 대화를 반기는 기색마저 보여 그녀가 아직도 그에게 미련이 있음을 짐작케한다.

게다가 오래전 그들이 서로 연인일 때 그녀가 크사버의 작업을 도왔을 때처럼 서로에게 하나씩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같은 방식이라는 다소 낯선 방식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내용은 독자를 헷갈리게 하기 충분하다.

우선 크사버는 오래전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났지만 고향에서 고통받는 가족을 외면하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을 책임을 다하면서 살았던 조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신은 단 한 번도 웃어본 적 없어 말년에 후회하다 끝내 미국으로 갔던 조부의 이야기를 통해 크사버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뭘까?

마틸다 역시 이에 상응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아이를 몰래 데려와 그 아이를 감금한 채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말을 가르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만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섬뜩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라 보기엔 어딘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섞여 있었다.

현재와 헤어졌을 당시의 과거 시점은 물론이고 서로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느꼈던 감정 그리고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까지 시점이 섞이고 이야기와 현실이 교묘하게 섞여 있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리게 해놓은 상태에 충격적인 진실이 섞이면서 과연 이 해괴하고 섬뜩한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끔찍하게 느껴진다.

정말 버림받았던 전 연인을 향한 끔찍한 복수극일까?

아니면 아직도 잊지 못한 그녀의 미련일까?

단순하게 누구를 향한 처절한 복수극이라고 보기엔 너무 심오해 난 이 작품의 장르를 스릴러가 아닌 한 여자의 뜨거운 로맨스로 보고 싶다.

한순간의 선택과 우유부단한 결정이 빚어낸 비극을 심오하고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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