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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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를 들고 어딘가로 가는 빨간 모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대로라면 이 아이는 할머니 댁으로 병문안을 가는 것일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도 잘 아는 동화를 모티브로 해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전작은 옛날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면 이번엔 서양의 동화를 바탕으로 신선한 발상과 교묘한 비틀기 그리고 밀실과 같은 트릭을 이용해 본격 미스터리물로서 재탄생시켰다.

사실 동화를 재해석한 작품은 여러 장르에서 이미 시도해왔고 그런 의미에서 여차하면 아류작으로 보거나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본격 미스터리의 여러 장치를 넣고 언제나 선한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졌던 동화 속 주인공들을 현실적이고 욕망과 야망이 있어 그걸 쟁취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거침없는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어딘가로 가고 있던 빨간 모자는 우연히 신데렐라를 만나게 된다.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 속에 살던 신데렐라는 오늘 밤 궁전에서 열리는 왕자님의 무도회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처지... 그런 그녀를 마법사가 도와줘 같이 서둘러서 궁전으로 향하다 그만 마차로 누군가를 치고 만다.

여기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주변에 알리고 자신의 실수로 지은 죄의 대가를 달게 받겠지만 신데렐라는 시체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유기한다는 선택을 한다.

사실은 그 사람은 마차에 치기 전 이미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상태였다는 걸 밝혀내고 빨간 모자는 사건의 진범을 찾아낸다.

다음에 만난 사람은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마녀의 손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동화 속 주인공인 헨젤과 그레텔

마녀의 집에서 누군가에 의해 새엄마는 살해당한 상태지만 문제는 이 집이 밀실 상태였다는 것

이번에도 빨간 모자는 밀실의 트릭을 간파하고 범인으로 헨젤과 그레텔의 공모를 밝혀낸다

가는 동안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데 공교롭게도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이 빨간 모자가 해결한다는 식의 전개를 보이지만 살인사건 자체는 무겁거나 음습하기 보다 오히려 경쾌함을 느낄 정도로 무게감 없이 가볍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즉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고 어린 동생에 대한 소유욕을 보이며 그루밍하고 가스라이팅 하는 모습 그리고 돈을 향해 무서운 집념을 보이며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은 동화 속 모습이 아닌 현실의 우리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경쾌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인해 사건 해결을 하는 데 있어서도 다소 어설프거나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겉은 동화의 재구성이지만 들여다보면 온전한 본격 미스터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에피소드들의 비슷한 전개가 익숙해졌다 싶을 때 빨간 모자의 여행의 진짜 목적을 드러내 긴장감을 준다.

빨간 모자 역시 우리가 알고 있던 원작의 내용과 달리 자신이 사랑했던 할머니를 고통 속에서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을 물로 왔던 것이고 빨간 모자가 책임자로 지목한 사람이 바로 성냥팔이 소녀다.

여기서도 작가는 가장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내몰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배고픔과 추위로 얼어 죽은 가장 불쌍한 동화 속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신데렐라를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전략가이자 자본가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동기까지 그럴싸하게 연출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익숙함과 신선함의 적절한 조합

누구나 아는 동화라는 익숙함 속에 살인사건과 트릭이라는 신선한 조합을 넣어 제대로 잘 버무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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