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실종되는 사람의 수가 10만 명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아이의 실종에 모든 포커스와 관심이 쏠리는 동안 성인의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인 실종이 이 정도의 수가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작가는 그 뉴스를 접하고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 데 여기에 역시 갈수록 늘고 있는 보험 범죄를 결부 시켜 아주 흥미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형사로서 우수했던 성환은 딸아이의 죽음 이후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 형사도 그만두고 민간 조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6년 전에 사라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사라진 그녀 앞으로 거액의 보험이 들어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환은 단순한 가출이나 실종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녀가 사라진 날의 행적을 쫓던 성환은 그녀의 남편을 만나본 후 그의 완벽한 미소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가 조사를 하면 할수록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그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사라진 그녀 문미옥의 지난 행적을 하나하나 조사하다 하나의 단서를 찾는다.
즉 그녀에게는 현재의 남편이 아닌 한때 동거하던 남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때에도 주변에서 아무도 그들의 사이를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 두 사람의 결혼이 애정의 결합이 아닌 그 뭔가가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런 성환의 조사에도 남편 오두진의 알리바이는 완벽했고 사라진 문미옥의 흔적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마치 이 세상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처럼...
요즘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 때문인지 아내 앞으로 거액의 보험이 들어있었고 그런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맨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건 당연하지만 남편이다.
이 사건에서도 역시 경찰은 그럼 점을 염두에 두고 맨 먼저 남편 오두진을 용의선상에 올려 그의 행적과 알리바이 등 모든 것을 수사했지만 그에게 혐의를 둘 만한 사항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면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가 정말로 아내의 실종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무고한 피해자의 가족이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완전범죄를 노리고 있다는 것...
조사하면 할수록 뚜렷한 혐의점은 없지만 남편을 향한 의혹이 짙어져만 가는 걸 보면 그가 무죄일 확률은 제로에 가깝고 오히려 완전범죄를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심에 한몫하는 게 오두진이 파노라마로 만들어놓은 피규어 세트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나하나의 얼굴과 표정을 다르게 할 만큼 꼼꼼하고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파노라마는 웬만한 끈기와 의지가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 면에서 오두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 외로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잘 짜인 범죄 스토리였고 그 속에서 마치 섬처럼 서로 소통하지 못한 채 텅 빈 내면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