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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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원칙을 중요시하고 계획을 세워 그 계획대로 해야만 하는 여주 수잔

그녀는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누군가가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부당한 일을 하면 그냥 지켜보고만 있지 않는다.

반드시 이의를 제기하고 행정당국에 민원을 접수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만 그녀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고지식하고 유머감각 없는 사람이라 평가절하하기 일쑤다.

어쩌면 그녀의 진급이 늦어지는 데는 그런 주변의 평가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그녀에게 두 가지 큰일이 벌어진다.

하나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망으로 받게 될 유산이 공평하지 않게 남동생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는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부조리한 일은 그냥 참고 넘길 성격이 아닌 수잔은 적극적으로 유산 분배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만 엄마의 생전에 쓴 유언장은 강력한 효력을 발휘해 재판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고 오랫동안 자신과 파트너 관계를 맺었던 남자에게는 관계 정리를 통보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산을 둘러싼 싸움을 벌이는 상대가 서로 얼굴조차 보기 싫어하는 남동생 에드워드이고 사람들에게 다소 피곤하고 까칠하게 구는 성격의 수잔에 비해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에드워드에게 사람들이 더 호의적이어서 그녀의 재판에 유리한 증언을 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보이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그녀의 까칠하고 예민해 보이는 태도가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의 나이는 마흔을 훌쩍 넘긴 마흔다섯 살... 어린 나이도 아니고 어느 누가 사소한 모든 일에 불만을 터트리고 옳은 소리라 해도 늘 잔소리를 하는 여자를 환영할까?

그래서 이야기 초반에는 그녀에게 동조하기 보다 그녀의 성격이 너무 예민하고 까칠하다고 여겨지는데 뒤로 갈수록 그녀가 왜 그렇게 사람들을 멀리하고 주위에 가시를 두르고 사는지 이해가 가면서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철도 들기 전부터 늘 술에 찌들어 사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고 집안에서는 싸움이 잦았으며

가족이 함께 뭔가를 하면서 즐겁게 웃거나 어디를 간 기억조차 없다면 성인이 되어 가족을 이루는데 부정적인 그녀를 탓할 수 없을듯하다.

여기에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하나뿐인 남동생은 어린 시절 아팠다는 이유로 엄마의 과보호를 받아 누나의 모든 것에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건다면 그런 동생과 사이가 나쁜 것 역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마지막까지 엄마는 유산을 동생에게 더 물려줌으로써 수잔으로 하여금 자신이 동생보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거나 마찬가지...

그녀가 기를 써서 유산에 이의를 제기한 이유가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 사람은 있었지만 결혼은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수잔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임신을 받아들이면서 변화는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가까이하지 않을 윗집의 두 아이 엄마 케이트에게 작은 도움을 주면서 시작된 관계는 수잔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늘 주변을 통제하고 스스로가 정한 선을 넘지 않으려던 수잔이 임신을 하면서 몸이 변화하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친절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덤덤하게 그려진 캑터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조금씩 무게를 덜어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공감이 갔다.

마흔다섯... 세간의 시선에서 보면 훨씬 전에 어른이 되고도 남을 나이지만 그 나이에도 동생보다 덜 사랑받았다는 진실을 깨달으면 상처받는 건 똑같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형제간에 싸우는 모습을 보면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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