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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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제법 친숙하게 들리는 거리가 있다.

범죄를 소재로 하거나 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거나 혹은 가난한 흑인들의 거리로 알려진 할렘이 그렇다.

할렘이 흑인들만 거주하기야 하겠냐마는 뒷골목 혹은 빈민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이 책 할렘 셔플은 특히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1950~60년대의 할렘 거리의 풍경과 당시의 모습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전작들에서도 노예제도를 비롯해 흑인들이 겪어왔던 사회 전반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해 심도 있게 묘사해 퓰리쳐상을 연속 수상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할렘 거리에서 왜 평범한 흑인이 범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할렘에서 가구상을 하고 있는 레니는 사랑하는 아내와 곧 둘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그리고 그의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가끔씩 사촌으로부터 출처를 정확히 모르는 물건을 부탁받고 팔아주기는 하지만 스스로는 그걸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비록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가구점을 차린 레니는 그런 자신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런 평범했던 레니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에게 가끔씩 수상한 물건을 전달해 주던 사촌 프레디가 호텔 강도 사건에 연루되고 레니의 이름을 판 순간부터

레니는 더 이상 평범한 가구상으로 남을 수 없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점점 깊숙이 범죄 세계로 빠져들면서 위기는 커져가고 할렘 최고의 폭력범 칭크와 연관되면서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과정이 느리지만 서서히 조여오듯 위기감을 고조시켜 그려진 할렘 셔플

큰돈이 움직이는 곳엔 어디나 이권과 관련된 커넥션이 있기 마련이고 자의든 타의든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목숨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건 평범한 우리도 알 수 있듯이 레니 역시 벗어나고 싶어도 촘촘히 짜인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혈안이 되었고 레니는 이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면 그가 출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물건을 처리하는 일을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결과인지도 모르겠지만 건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한 남자가 어쩔 수 없이 범죄의 세계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그는 범죄자 아버지를 둬서 자랄 때부터 계속 편견과 오해에 시달려본 적이 있고 범죄자의 말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평범한 한 남자가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마치 범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강약을 조절해 멋지게 표현해 내고 있는 콜스 화이트헤드

특히 자신과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관한 이야기에 있어선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나오는 작품마다 다른 소재와 스타일을 손 보이는 작가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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