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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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제품이든 그게 뭐든 간에 우선적으로 보이는 겉모습이 많은 걸 좌우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 책이 그랬다.

제목부터 표지에서 느껴지는 게 왠지 나로 하여금 적당히 엉뚱하고 기괴한 유머가 있는 B급 공포영화를 연상케 했고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처음 읽어갈 때까지도 내 짐작이 맞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읽어내려갈수록 웬걸... 이건 어쭙잖은 유머와 공포가 섞인 그런 작품이 아니었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게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내 옆집에 살인마 혹은 이상한 사람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마음속 깊이 내재한 채 살아간다.

그 많은 공포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웃집 살인마를 보면 이런 내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도 많을 듯...

이 책도 처음에는 조용하다.

아니 조용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운 동네에 이웃집 노인을 방문한 조카가 등장하면서 이상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지만 그 수상한 이웃 남자가 일단 제법 잘 생긴 남자에다 백인이라는 이유로 별 의심을 받지 않는다.

그 남자 제임스가 이상하다는 걸 처음 감지 한 사람이 바로 옆집 여자인 퍼트리샤다.

이들이 사는 동네에서 조금 벗어난 곳 즉 주로 가난한 흑인들이 생활하는 동네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연속적으로 이상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벌어지던 시기에 제임스와 차종이 비슷한 차가 그 동네에 드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상함을 감지하지만 거주지가 분명한데다 매력적인 백인 남성인 제임스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퍼트리샤의 남편은 오히려 늘 일상을 지루하게 여기며 시간이 남아도는 주부들이 모여 살인사건이 나오는 해롭기만 한 책들을 읽는 북클럽에 다니는 아내를 빗대어 과대망상에 빠진 거라고 비난한다.

게다가 제임스는 그런 퍼트리샤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어 어느새 남자들 사이에 주요 멤버가 되었고 북 클럽 멤버들의 집을 자유롭게 방문할 정도로 환대 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와 오랜 시간 함께했던 북클럽 멤버마저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 되자 이제는 그녀 스스로 자신이 본 게 진짜일까? 하는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그녀는 정말 현실과 환상을 구분 못하는 과대망상에 빠진 걸까?

내 이웃집에 수상한 사람이 산다는 다소 흔한 소재지만 이 소재를 가지고 작가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인종 간의 차별적 시선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재료를 첨가해서 살인의 장면이 나오거나 하지 않음에도 분위기만으로 호러스럽게 끌고 간다.

어쩌면 퍼트리샤가 느꼈을 공포 즉 내가 분명 본 사실인데도 가장 가까운 남편을 비롯해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공포와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이 더 피부에 와닿았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에 처한 게 보이는 데도 어디에도 도움을 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

작가는 이웃집의 그 누군가가 가져오는 두려움보다 이런 데서 오는 공포와 차별이 더 무서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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