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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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나 팔지 않고 몇몇 선정된 사람에게만 초청장을 보내서 설명회를 하고 그 사람들에게만 판매하는 상품

워낙 고가의 상품이라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상품

이런 상품을 파는 회사라고 한다면 누가 봐도 사기나 정상적이지 않은 회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뻔한 수법에 걸리는 사람은 어디든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사기에 걸려든 사람은 거액의 손실을 보고 심한 경우 그 피해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음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종종 듣고 있다.

범죄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심리와 범죄 그 이면의 이야기를 제대로 그리고 있는 이 책 달콤한 숨결은 제목만큼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읽고 난 뒤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가정주부였던 후미에가 뻔한 사기 즉 누구도 걸려들지 않을 것 같은 수법에 걸려들어 돈을 잃은 건 둘째치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후미에는 결혼하기 전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도 잠시... 결혼하고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면서 집안 일과 육아에 지쳐 살도 찌고 남편과도 데면데면하면서 모든 것이 무기력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경품 이벤트에 응모하는 것이었고 응모했던 이벤트를 통해 받은 티켓으로 공연을 갔다 중학교 때 동창을 우연히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기극에 발을 딛게 된다.

사람과의 교류를 꺼렸던 만큼 세상 물정에도 어두웠던 후미에에게 비싼 명품으로 치장하고 우아한 말투를 쓰는 가나코라는 존재의 등장은 후미에로 하여금 삶의 활력을 주고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해 줄 뿐 아니라 그녀의 삶을 구원해 줄 동아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가나코의 말은 다 믿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일 같은 건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나코와 동업자가 사업차 프랑스로 떠난 후 그녀를 찾아온 경찰의 말은 후미에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자신과 가나코와 함께 사업을 했던 남자가 살해당했을 뿐 아니라 후미에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도 믿기 어려운 데 심지어 자신의 말을 누구도 증명해 줄 만한 증거가 없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까지 그녀가 사기극에 끌려드는 과정을 보면서 후미에가 전형적인 사기극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었던 독자의 뒤통수마저 치고 나온다.

후미에에게 가끔씩 유체이탈을 하는 듯한 증세가 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여기에다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이 밝혀지면서 경찰뿐 만 아니라 독자들마저 이제까지 봐왔던 그녀의 모든 행동의 진위 여부를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다 가나코라는 존재마저 그 진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은 모든 전재를 다시 보게 한다.

과연 그녀가 만났던 가나코라는 여자는 진짜 있는 걸까? 후미에의 상상이 빚어낸 가상의 존재는 아닐까?

여기에 작가는 가나코의 존재를 경찰의 직접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시켜줌으로써 이제 누구의 말도 100% 그 진위 여부를 확실히 믿지 못하게 만들어놨다.

그렇다면 진짜 후미에가 이 모든 사기 사건을 벌였으며 살인사건을 저지른 진범이 맞는 걸까?

만약 그녀가 진범이 아니라면 누가 이 모든 일을 꾸민 걸까? 무슨 목적으로?

치밀하게 짜인 음모,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든 트릭, 반전에 반전을 더한 결말...미스터리 작품의 매력이 모두 들어있는 작품이자 모든 게 잘 짜인 완벽한 범죄 시나리오이며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주는 글이었다.

읽고 난 뒤표지를 보면서 이야기의 핵심을 잘 포착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가독성과 몰입감을 준... 오래간만에 아주 흥미롭게 읽은 일본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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