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 드레이크, 다시 시작하다
린다 홈스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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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남편이 죽어버린 에비

그리고 큰 집에 달랑 혼자 남겨진 그녀는 1년이 흐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의 시선을 받으며 조용히 숨만 쉬듯 살아간다.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고향이라서 주위의 사람 모두는 그녀가 성장해 온 과정과 의사 남편 팀과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처지인지 모든 걸을 알고 있기에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었다.

그렇게 밖으로 뱉어내지 못한 상처와 비밀은 그녀 스스로를 좀 먹고 있었지만 에비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남편 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마치 벽에 걸린 그림처럼 살아간다.

그런 그녀를 두고 보지 못한 절친 앤디의 소개로 비어 있는 별채를 임대하는 큰 결심을 하게 되고 그 별채에 들어온 사람이 바로 한창 잘나가다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프로야구 선수 딘이었다.

두 사람은 앤디라는 공통의 친구 덕분에 한 집안에서 생활하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사생활을 터치하지 않는다는 전제에 동의하는 계약을 맺으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지만 젊은 남녀가 한 집에 살게 될 때의 필연적인 결과로 딘과 에비 역시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서로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비밀과 상처가 있음이 오히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사실 마을 사람을 비롯해 근무하던 병원 직원과 환자들 모두에게서 친절하고 상냥한 의사 선생님으로 통하던 남편 팀은 자신이 받은 부당한 대우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하며 그 모든 스트레스를 아내인 에비에게 정서적인 학대나 언어폭력을 통해 해결하던 사람이었지만 누구도 그의 이런 모습을 알지 못했고 에비 역시 여느 가정폭력 피해자처럼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앤디에게도...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아빠에게도...

그래서 그 들의 오해, 남편의 죽음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오해를 풀어 줄 수 없었고 비밀은 점점 그녀를 숨 막히게 할 즈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게 바로 딘이었던 것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끼지만 너무 오랜 세월을 팀에 의해 스스로를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으로 여겼던 에비이기에 좀처럼 그 틀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런 자신의 심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는 한때 자신이 가장 친한 친구 앤디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아무런 말 없이 떠나려고 했었다는 죄책감 역시 한몫했었다는 걸 마침내 인정하게 되면서 비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딘 역시 더 이상 마음대로 투구할 수 없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 괴로워하다 에비를 만나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두 사람은 새로운 갈등을 겪게 된다.

모든 것을 참고 견디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에비가 상처를 이겨내고 모든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스스로가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에비 드레이크, 다시 시작하다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의 모습이라 공감할 부분이 많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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