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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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사람이 언제나 허점투성이 어서 그런가

퍼펙트하다는 말처럼 불편한 단어가 없다.

여기에는 물론 약간의 시기심과 질투도 섞여있지만 누군가 나에게 부족한 뭔가를 채워서 완벽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면 아마도 사양할 것이다.

퍼펙트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를 숨 막힘과 답답함이 느껴질 뿐 아니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뭔가가 밑바닥에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느끼는 게 나만은 아닌 것 같은 것이 스릴러 소설의 제목에 퍼펙트나 완벽한 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게 제법 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의 그 단어에서 불길함을 감지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에서 그 사람의 완벽함에는 비밀과 모종의 음모가 숨어있었음이 드러난다.

몽롱한 상태에서 깨어난 여자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 건지 왜 이런 상황에 있는 건지...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그런 상태의 여자에게 한 남자가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라 주장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와 그녀를 아내 혹은 애인이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등장... 여기까지는 다소 흔한 클리셰 같지만 여기에서 의외의 사실이 드러난다.

사실 그녀는 그의 진짜 아내가 아닐뿐더러 사람도 아니라는 것... 5년 전 사고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한 남편 팀이 그녀를 아내와 똑같은 모습에 그녀의 성격에서 기억까지 복사한 로봇으로 만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으면 이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로봇 애비에게조차 마치 진짜 아내를 대하듯 친절하고 극진한 모습을 보면 그의 사랑이 어느 정도 실감 나기도 하지만 너무 완벽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의심의 시선이 간다.

게다가 그는 애비에게 한사코 사고 당시 상황을 들려주지도 않고 심지어 그녀가 스스로 알아볼 수도 없도록 인터넷이며 스마트폰에 검색 제한을 걸어놓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아내의 죽음에 분명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애비 역시 그런 의문을 품고 또 다른 자신인 애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 역시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팀이라는 남자의 아내 애비에 대한 사랑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애비를 처음 보자마자 매료된 팀의 과도한 집착과 질투로 인해 숨 막혀하던 그녀와 둘 사이는 어느 순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결정타는 아들이 자폐 증상을 보이면서부터...

여기에다 팀은 남성 우월주의자에다 경쟁에서 지는 걸 견딜 수 없는 성격이었기에 아들의 병조차 패배로 생각해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자선 파티며 친선모임을 하고 새로운 걸 개발해 내기 위해 휴일은커녕 밤낮도 없이 살아가고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 팀의 회사 분위기는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남보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안 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 업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며 팀이라는 천재이면서 오만하고 독선적인 남자를 내세워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고 있는 것 같은 퍼펙트 와이프

심리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와 중간 이후까지 특별한 사건은 없이 다소 느슨하게 진행되지만 애비가 진짜 애비의 흔적을 쫓으면서부터 점점 빨라져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통해 전체 이야기를 뒤흔든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엔 다소 몰입하기 쉽지 않았지만 사건의 흔적을 쫓아가 끝내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의외성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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