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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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아이들만큼 순수하게 잔인한 집단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보다 조금만 약하게 보이거나 틈이 보인다면 그 약한 틈을 헤집어 기어이 상대를 굴복시키는 걸로 모자라 무리를 지어 집단으로 괴롭히고 학대하는 등... 웬만한 성인 못지않은 잔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것 또한 그때의 아이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부모와 주변 어른들이 눈을 뜨고 주의하고 관심을 가져도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없어 비극적인 사건이 뉴스를 장식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잔인하기 그지없는 십 대 소녀들이 또래를 상대로 하는 폭력이 나온다.

친구로 믿었던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소녀가 십여 년이 지나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 앞에 나타나 피의 복수를 한다는 게 이 책의 중요 내용이기도 하다.

심리 상담사로 일하며 자해 행동을 하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위주로 치료를 하는 에밀리지만 그녀에게는 뭔가 말 못 할 비밀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특히 중학교 시절에 누군가를 괴롭힌 전력이 있다.

학교에서 잘나가는 소녀들의 모임 하피스의 멤버 중 한 사람으로서 지난 과거에 자신이 무리 지어 다니며 친구들을 상대로 한 짓을 부끄럽게 여기고 늘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그때의 멤버 중 한 사람의 죽음으로 악몽은 되살아난다.

여기에다 또 다른 하피스 멤버 중 한 사람 역시 얼마 전에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한 죽음으로 여기기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어서 친구들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의 죽음에 오래전 자신들의 괴롭힘 상대였던 그레이스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경악한다.

진짜 그때 괴롬힘의 당사자였던 친구가 복수하는 걸까?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에 와서...?

?과거의 에밀리를 보면 소심해 잘나가는 무리인 하피스에서 소외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여느 학생들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주변의 친구들이 어딘가 이상함을 깨달았을 땐 그녀 역시 같은 무리에 속해 있어 발을 뺄 수도 없었고 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데 무리에서 떨어지는 건 죽는 것보다 두려울 나이이기도 하고 이 나이대의 아이들에겐 부모나 형제자매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바로 친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심한 그녀가 누군가를 괴롭혔다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서가 아닐까 짐작했지만 그때의 소녀들 중 한 사람의 대사를 통해 오히려 에밀리가 결정적인 뭔가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매주 심리 상담을 받고 번번이 악몽에서 깨어날 정도로 그녀에게 심리적인 트라우마와 상처를 안겨준 사건의 진실은 하나둘씩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어색했던 부분들이 하나둘씩 짜 맞춰져 가고 이야기의 속도가 붙으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거기다 예상과 다른 전개는 허를 찌르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하피스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 잔혹하기 그지없는 데다 자신의 나이 뒤에 숨을 수 있을 정도로 영악했다. 거기에다 그녀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부모가 있는 그녀들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천하무적이어서 마땅히 받아야 할 죄를 묻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은 채 그저 숨죽이고 반성하는 척하는 걸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 그녀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이 가혹하다 생각되지 않을 정도....

그 아이들의 부모가 부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피해자들이 품은 원망과 분노가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다.

중간까지 다소 느긋한 전개였다 중간 이후부터 빠른 전개로 휘몰아쳐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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