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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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게 만든 작가 아멜리 노통브

그녀가 이번에는 특유의 통찰력과 간결한 문체로 여성의 질투 그중에서도 모녀 사이의 질투를 주제로 작품을 썼다.

길지 않은 중단편의 글로 인간 내면의 심리를 이만큼 제대로 표현해내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하는 데 이번에도 역시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글로 모녀간의 그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상당히 독특한 제목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에서 따왔다는 걸 본문에서 디안의 입을 빌려 들려주고 있는데 왜 이런 독특한 제목을 지은 건지는 그녀의 직업 등 여러 부분과 연관이 있다.

마리는 어릴 적부터 모두로부터 찬탄의 시선과 질투의 시선을 즐기던 소녀였다.

그랬던 소녀는 갓 성인이 되면서 이제부터 자신의 시대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껏 젊음을 즐기려던 차에 덜컥 임신을 하게 되어 원치 않았던 엄마가 된다.

어쩌면 너무 빠르게 엄마가 된 탓일까?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안아주지도 사랑해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아이 디안으로 향하는 주변의 감탄과 애정을 질투하고 미워한다.

딸 때문에 자신으로 향해야 할 질투와 감탄의 시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생각한 이유인데 그녀가 딸 디안을 낳았을 때가 겨우 스무 살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디안에게 있어 젊고 이쁜 엄마인 마리는 여신이었다.

엄마가 자신을 질투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엄마에게 왕관을 바쳐 그녀를 위로하리라 결심할 만큼 조숙하고 영리한 아이였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은 보답받지 못하고 엄마가 여동생을 낳으면서 상처받고 깨져버린다.

만약 디안에게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해 준 조부모와 아빠가 없었더라면 그녀의 삶은 한없이 외롭고 그녀의 엄마 마리처럼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질투의 구렁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겨우 그런 엄마에게서 벗어난 디안이 만난 사람은 또 다른 엄마인 올리비아였다.

교수로서 똑똑하고 뛰어난 올리비아에게 매료된 디안은 엄마를 대신해 그녀에게 헌신하며 그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해 올리비아를 뒷받침해 주지만 올리비아는 디안의 생각과 달리 자신만 아는 속물적인 사람이었다.

어쩌면 딸아이를 질투하고 시기했던 마리보다 더 악의적이고 나쁜 영향을 준다.

그녀는 자신보다 못하다 여기는 사람 위에 군림하는 걸로 부족해 그들을 내려다보고 경멸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기준에서 부족한 딸아이를 돌봐주지 않을 뿐 아니라 경멸하며 내치고 자신이 할 일을 디안에게 미루면서도 미안해하지 않을 정도로 염치도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달으면서 디안은 차라리 자기 스스로에 대해

무지했던 엄마가 더 나았다는 걸 깨닫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우리가 믿어왔던 엄마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부모 이야기가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관계를 통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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