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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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지만 요즘 시 중에는 쉬운 말로 쉽게 친숙한 말로 쓰인 게 많아져서 조금 가까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요즘 유행하는 언어로 짧게 쓴 시도 좋지만 곱씹어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싯구로 가슴을 울리는 시를 더 좋아한다.

그런 시를 쓰는 사람 중 한 분이 바로 정호승 시인이다.

그의 시중 많은 시를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워낙 유명한 수선화에게 와 데뷔작인 첨성대, 그리고 슬픔이 기쁨에게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시 고 나 역시 좋아하는 시다

이 책에는 그 시들을 비롯해 정호승 시인의 시 275편이 실려 있다.

총 7부로 나눠져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나눠져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이 읽었고 읽으면서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나눠져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현실의 비극을 보여준 혼혈아에게, 구두 닦는 소년, 슬픔은 누구인가와 같은 시는 전쟁의 비극이 지난 후 힘들고 어려웠던 우리의 시대상을 비춰 보여준다면 나의 조카 아다다와 아버지들, 장례식장 미화원 손 씨 아주머니의 아침 같은 시는 70년대 어려웠던 시대의 가난한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팍팍했던 현실을 표현한 시가 있는 가하면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하는 싯구로 유명한 그리운 부석사나 수선화에게 와 같이 사랑을 이야기하거나 생활 속의 소소한 모습에 대한 시도 있고 각 종교에 대한 시도 있다.

시인의 종교가 천주교라는 걸 몰랐다면 불교도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종교에 대한 터부도 없을 뿐 아니라 타 종교에 대해서도 호의적이라는 걸 보면 정호승 시인의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모든 걸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세상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이 다 시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삶 즉 소외된 삶을 사는 모습에 대한 시가 많은 데 어쩌면 힘든 시대를 거치며 살아온 시인의 삶이 녹아 있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시 들에서는 연민의 마음과 슬픔에 동조하고 같이 아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프고 힘들고 슬픈 시도 있지만 자연에 대한 글도 많은 데 산새와 낙엽, 첫눈, 가을꽃, 남한강 등등을 비롯해 별에 대한 글도 많다. 그런 자연을 표현한 글에서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변하지 않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형식에 쉬운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쓰인 글이 있는가 하면 감정의 절제를 통해 표현이 다소 어려운 시도 있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그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건 몇 번 속으로 곱씹어 보면서 어떤 의미로 이런 글을 썼을까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도 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

여전히 내겐 쉽지 않은 게 시라는 장르기는 하지만 나이를 먹은 탓인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특히 슬픔과 이별에 관한 글들은 가슴 깊이 와닿아서 나도 모르게 찡할 때가 있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에 읽는 글과 나이 들어 읽는 글은 와닿는 느낌과 무게가 다름을 알 수 있었는데 특히 시라는 장르가 더 그런 듯하다.

쉽진 않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은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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