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수상한 서재 3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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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후 마치 숨어 기어들어오듯 고향 안덕으로 돌아온 세휘의 모습은 이미 전쟁에서 패한 후 꼬리를 만 패배자의 모습이다.

한때는 그녀도 잘나가는 검사에 부모의 자랑거리였지만 이제는 그저 술이 없으면 잠도 잘 수 없는 알코올 중독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향과 때를 맞춘 듯이 안덕의 유일한 마트에서 누군가에 의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고 마트 주인이 깜쪽같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다.

불길한 건 그곳에 누군가의 잘린 엄지손가락이 보란 듯이 놓여있었고 예상대로 마트 주인의 손가락이 아니었다.

이렇게 다소 엽기적으로 시작하는 콘크리트는 하승민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판사의 온라인 플랫폼 브릿 G에 연재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차례를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로 정한 것도 그렇고 처음 발견된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이라는 것도 이후 사건의 순서를 예상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다.

다음 납치와 방화가 일어난 곳에서 남겨진 손가락은 당연하지만 누군가의 검지손가락이었다.

사건 수사를 맡은 세휘라는 인물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녀는 현재 총체적 난관에 봉착해있다.

이혼은 했지만 아들 양육권을 두고 전 남편과 첨예한 대립 중이어서 반드시 변호사로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술을 손에서 놓을 수 없고 이런 곳에서 변변한 일거리가 있을 리 없다.

이런 중에 엄마마저 치매 판정을 받아 그녀의 짐은 무겁기만 하다.

그런 이유로 꺼림칙하지만 이곳 안덕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당숙 장정호가 내미는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악몽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다.

작은 도시지만 수십 년을 지나며 막강한 힘을 가지려면 누군가의 원한을 사고 누군가의 원망이 쌓일 수밖에 없는 일... 장정호라는 인물은 여기에 더해 누군가의 원망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알량한 권력을 손에 쥐고 거침없이 휘두른 인물이었다.

이번에 사라진 인물들 모두 장정호라는 인물과 막역한 사이

당연히 이들이 사라진 이유를 알면서도 그는 입을 열지 않고 그저 세휘를 협박해서 범인을 경찰보다 먼저 찾고자 한다.

그와 그 일당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뭘까?

과연 얼마나 추악한 비밀이 드러날까 궁금증을 가지고 읽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초중반까지 끌고 온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중간 이후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그 범인의 행적을 따라가도록 한 건 뒤에 이 모든 걸 뒤집을만한 반전이 기디라고 있다는 예고나 다름없지만 그 반전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달까 아님 개연성이 좀 아쉽다고 할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 작가의 다른 작품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그 작품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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