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 네트워크
챈들러 베이커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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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18층에서 떨어지며 시작하는 위스퍼 네트워크는 떨어진 사람이 누군지를 좀처럼 밝히지 않으면서 그 회사 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회사 내의 분위기나 사고 직후 경찰에 의해 꾸며진 조서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떨어진 사람이 누군지 유추하도록 하고 있다.

직장 내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 은밀하게 공유되는 나쁜 놈들 리스트, 그리고 모든 것을 알면서도 침묵을 강요하는 회사들...

이 모든 요소를 다 끌어모아 과연 누가 떨어졌으며 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사건의 진위를 파헤치고 있는 위스퍼 네트워크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현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등장하는 여자들이 대부분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진만큼 똑똑하다는 점

하지만 그녀들이 똑똑한 것과 별개로 그녀들이 겪는 일은 여느 직장 여성들이 겪는 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시간 날 때마다 모유 수축을 하며 보내는 그레이스는 수유 때문에 늘 잠이 부족해 미칠 지경이고 슬론은 하나뿐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따돌림 문제로 예민해 있는 상태 그리고 아디는 이혼한 후 외로움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세 사람은 친구이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그녀들이 소송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새롭게 변호사로 온 캐서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회사의 ceo가 돌연사하면서 새롭게 최고경영자가 될 예정인 에임스는 능력 있고 외모 역시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몇몇의 여성들에겐 나쁜 놈이었다.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이용해 회사 여직원들에게 접근해 원하는 바를 취하는 데 거침이 없는 에임스가 이번에 목표로 삼은 사람이 바로 얼마 전에 들어온 캐서린이라는 사실을 나머지 세 사람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특히 슬론은 갓 입사했을 때 그와 불륜을 저지른 경력이 있는 만큼 어딘지 위태로워 보이는 캐서린의 문제를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어 그를 은밀히 여자들 사이에 나도는 나쁜 놈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에임스의 행적을 문제 삼아 소송을 하는 데 앞장선다.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지만 에임스의 행실을 직접적으로 겪은 캐서린과 함께라면 소송에서 이기는 건 무난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리스트가 나돌기 시작했고 회사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들을 비난하고 심지어는 욕설을 보내오면서 굳건했던 네 명의 여자들 연합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회사 내에서 누군가 투신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모두의 비난 대상이 되고 고립되며 심지어 회사로부터 반대소송의 위기에 처하는 네 사람은 여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처지가 된다.

돈도 집도 가족도 그리고 커리어도 잃고 자칫하면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이제 그들은 각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 끝까지 가야 할지 아니면 적당히 꼬리를 말고 타협해서 커리어라도 살릴지...

여자들이 회사 내 성폭력을 신고하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소설 속에도 등장한다.

같은 여자끼리 편이 갈리고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인 여자들을 비난하고 신고자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부터 회사로부터 은밀한 합의 종용까지...

네 명의 여자들의 입장과 그녀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와 고민들이 모두 지극히 현실적이라 몰입감이 좋았을 뿐 아니라 미스터리 요소까지 섞어 놓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현실을 소설 속으로 옮겨놓은 듯한 스토리 전개라 이 책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녀들에게 회사라는 권력이 가하는 압력과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의 눈길 속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탈출할지 궁금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 더더욱 와닿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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