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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마약중독으로 죽은 시신을 보는 것이 익숙해진 동네 켄징턴
이곳이 처음부터 이렇게 약물중독자로 넘쳐난 곳은 아니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새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넉넉한 주머니를 자랑하며 쇼핑을 하고 얼굴엔 미소가 걸렸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도시가 하나둘씩 제조공장이 문을 닫고 회사들이 떠나면서 사람들만 남았고 그들은 평소처럼 아무런 거리낌이나 두려움 없이 약에 의존했다.
그때는 약사나 의사의 처방으로 약을 살 수 있었고 그 약의 중독성이나 위험성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비극은 시작되었다.
미키는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엄마를 두었고 지금 현재는 하나뿐인 동생마저 마약에 빠져 거리의 여자가 되었다.
언제나 반짝거리고 똑똑했던 동생 케이시가 약에 먹혀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녀에게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었다.
그래서 미키는 순찰 경관이 되어 자신의 구역을 순찰하며 눈으로 동생의 무사를 지켜볼 뿐이었다.
어쩌면 미키가 승진하지 않고 그저 순찰 경관으로 있는 건 케이시를 지키기 위해서 일 지도 모르겠다.
위태롭지만 평화로웠던 일상은 케이시가 여자의 시신을 발견하면서부터 깨진다.
언제나 거리에서 누군가가 죽었거나 시신이 발견되면 케이시가 아니길 소망했던 그녀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연달아 여자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케이시마저 행방이 묘연한 지 오래되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미키의 마음은 지옥으로 변한다.
그리고 동생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저기를 수소문하고 다니고 심지어는 자신의 커리어마저 잃을 지도 모르는 위험마저 감수할 정도로 노력하지만 케이시는 어디에도 없다.
자매는 약물중독으로 죽은 엄마와 어느 날 사라진 아빠로 인해 자신들을 거둬준 할머니와 생활하게 되지만 누군가를 따뜻하게 품어줄 여유가 없는 할머니에게 자신들은 무거운 짐일 뿐이라는 걸 느끼면서 자란 소녀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케이시는 약물이었고 미키는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지켜봐 주는 성인 남자라는 점만 다를 뿐...
사라진 동생을 찾고 살인범을 추적하는 현재의 시점과 과거 두 자매가 서로에게 모든 고민과 비밀을 털어놓는 사이에서 서서히 자신들만의 도피처를 찾아 멀어지는 과정을 담은 과거 시점 이렇게 두 시점으로 펼쳐지고 있는 길고 빛나는 강은 마약과 같은 약물중독이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을 피폐해지게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약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의 고통과 무력감, 절망의 감정은 미키가 케이시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으로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바싹 마른 몸, 텅 빈 눈 그리고 약을 갈망하며 이리저리 찾아 헤매는 모습은 살아있는 시체의 모습처럼 느껴져 섬뜩했고 그런 사람들이 골목이나 빈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는 생각만 해도 무섭다.
더 무서운 건 이게 단순히 소설 속의 설정만은 아닐뿐 더러 이곳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약중독은 그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도 없는 덫이며 약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을 보면서 새삼 마약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한 중독자들과 연쇄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저자는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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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네이버 독서클럽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