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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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의문점을 가지게 된 건 부고장을 받은 후였다.

몇 년 전 자신이랑 사귀었던 옛 연인의 부고는 그에게 작은 충격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모든 걸 의심했던 건 아니었다. 그녀의 죽음으로 우연히 또 다른 옛 연인의 흔적을 찾게 되면서... 이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처음엔 단순한 착오인 줄 알았다.

그가 사귀었던 여자가 한 명도 아니고 세명이나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거나 죽었다니...

게다가 그녀들은 사라질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들 사이엔 공통점도 없었다. 단지 그들 모두 후타 자신과 사귀었던 사이라는 것뿐...

그렇다고 후타가 특별한 사람도 아니었다.

큰돈을 버는 직업도 아니고 특별히 명예나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애완견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펫 시터일 뿐인데 그런 그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어느 날 우연히 받은 엽서를 통해 옛 연인의 죽음을 알게 된 남자

왠지 모를 찜찜한 마음으로 전 연인들의 안부를 묻다 그녀들마저 사라져버린 걸 알게 된다.

심지어는 그와 연인을 모두 아는 한 지인은 그를 모른 척 하기까지...

그녀들은 스스로의 흔적을 지우듯 사라져버렸고 남자는 당연하게도 범죄의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그녀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환상의 그녀는 사라진 여자들에 대해 오로지 남자만 그 존재를 인정할 뿐 아무도 그녀를 본 사람이 없었다는 미스터리의 고전 환상의 여인과 왠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당연히 이 소설도 그런 유와 맥락을 같이 할 거라 예상하고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다.

처음 짐작한 것처럼 그녀들은 단순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마치 후타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스스로의 흔적을 지운 걸로도 모자라 그녀들이 그와 사귀었을 때 했던 말들이 전부 거짓말이었고 알고 보니 그 스스로도 그녀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후타는 그녀들과 사귀었던 사이 아니었나?

사귀었던 사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그녀들에 대해 아는 게 적은 후타... 어쩌면 그의 이런 모습이 결별의 이유였을까?

아니... 진짜 사귄 사이는 맞는 걸까?

후타에 대한 의혹이 짙어가고 마음속으로는 그를 잠재적 피의자로 규정지으며 과연 그는 어떻게 그녀들을 처리했을까 혹은 왜 그녀들을 없애버린 걸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서 혐의점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좀체 범죄의 윤곽을 드러내지 않다 보니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좀체 짐작할 수 없어 답답하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후타의 머릿속 상상 때문에 빚어진 건 아니겠지?

종잡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일본 소설답게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진짜 그녀들의 행방이 궁금해진다.

그녀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친구의 말처럼 그녀들은 왜 후타와 사귄 걸까?

그의 외모가 제법 그럴듯하다고 묘사되어서 말주변도 없고 여자를 대하는 게 서툴러도

연애를 하는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4년간 3명의 여자를 사귀었다는 후타의 말이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지만...

마치 줄을 선 듯이 한 연애가 끝나면 연이어 연애를 한다는 게 평범한 일일까?

게다가 연애를 시작한 것도 후타의 선택이 아니라 그녀들의 적극적인 대시 때문이었다니...

이상하다.

아니면... 후타는 마성의 남자였던 걸까?

읽을수록 의혹이 밝혀지기보다 점점 더 수수께끼만 늘어간다.

과연 숨겨진 진실은 뭘지 엄청 기대하는 가운데 드러난 진실은 생각지도 못했던 거였다.

이런 장르의 책을 제법 읽었다고 나름 이런저런 추측을 했건만...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 이건 장르가 바뀌었다고 보는 게 더 옳을듯하다.

사라진 그녀들에게 뭔가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은 반드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몰고 오거나

아니면 후타라는 인물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읽었던 게 어이가 없을 정도의 결과

그럼에도 이런 결과도 괜찮았던 것 같다.

반드시 살인이나 사건이 아니어도 충분히 몰입감 있게 읽었다.

그러고 보면 역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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