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안갑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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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 작인 시인장의 살인으로 여러 가지 미스터리상을 수상하고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는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고서 후속작인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 내 기대에 맞게 이 책 마안갑의 살인은 예언가가 살인을 예고하고 그 예언에 따라 일종의 클로즈드 서클 상태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점을 보면 여느 본격 미스터리와 비슷하지만 모인 사람들이 서로 간에 생면부지의 상태라 원한이나 복수를 위한 살인이 아니라는 점은 다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살인의 목적을 찾기가 쉽지 않고 당연하게 누가 그들을 죽였는지 범인의 상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면 범행의 이유를 알 수 있거나 아니면 범행의 목적 즉 피해자 간의 공통점을 밝혀내면 범인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책에선 용의자를 특정해도 그 사람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 범인이라고 단정 짓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일단 마안갑이라는 건물이 위치한 곳이 작은 동네의 외떨어진 곳이라 사람들에게 쉽게 도움을 청하거나 왕래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마안갑이 있는 이곳 요시미라는 작은 마을로 마치 운명처럼 우연인 듯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마치 죽을 자리를 찾아든 것처럼...

대학교 미스터리 동호회의 회원이자 몇 개월 전 어떤 사건에 휘말려 같은 동호회 회원의 목숨을 잃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마다라메기관의 흔적을 쫓다 이곳까지 오게 된 두 사람 하무라와 겐자키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현상을 다루는 월간 아틀란티스의 기자는 누군가의 투고로 이곳 요시미에서 예언으로 유명한 사키미를 취재하러 왔고 나머지 사람들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각자의 이유로 발목이 잡힌 경우거나 목적이 불분명한 사람들이다.

그런 일행 앞에서 마을과 마안갑을 연결하는 다리가 불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누구의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마안갑에 갇히게 되었고 문제의 예언에 대해 알게 된다.

11월 마지막 이틀 동아 진안에서 남녀가 각 두 명씩 총 네 명이 죽는다.

그들이 마을을 거쳐오면서 주민들과 마주치지 않았던 이유였다.

어찌 보면 그들은 주민들을 대신한 희생양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다 온 그들에게는 예언이란 장난처럼 느껴질 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 그들을 비웃듯 눈앞에서 잡지사 기자가 산사태를 목숨을 잃는 걸 보면서 분위기는 달라진다.

마안갑이라는 건물 자체도 음산하기 그지없다.

창문 하나 없이 단순한 상자처럼 보이지만 오래전 초능력자들을 모아 모종의 실험을 했었던 곳이라 방들은 방음장치가 되어있어 안에서 비명을 질러도 밖에서 알 수 없다는 점도 그렇고 조명 역시 어두워 발밑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이곳은 살인을 위한 무대 같은 느낌이 든다.

예언이 아니라 해도 음산하기 그지없는 곳에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이틀을 보내야 하는 상황은 당연하게도 긴장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그들을 비웃듯 하나둘씩 살인 예언은 이뤄진다.

누가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살인범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피해자는 속속 나오는데 뚜렷한 범죄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살인은 목적이 분명하다. 예언가의 예언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

일부 본격 미스터리에서 트릭을 복잡하게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그 장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쓸데없이 꼬아놓거나 반전을 위한 반전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전편인 시인장의 살인과 마안갑의 살인 모두를 관통하는 마다라메기관의 정확한 정체와 그들의 목적은 이번에도 밝혀지지 않은 채 다음 편과 연결되는 듯하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 전체에 걸쳐 마다라메 기관의 정체를 하나씩 밝혀가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정교한 트릭과 치밀한 미스터리가 중점이 되는 본격 미스터리에 전혀 의외의 조합일 수 있는 예언과 초능력 같은 초자연적인 요소를 가미해 신선함을 부여한 마안갑의 살인

읽지 못한 전작과 후속작을 읽어보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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